2026년 10월 23일 금요일

길, 마주침과 엇갈림, 그리고 결국엔 흩어지고 남은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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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틀 너머로 햇살이 들어온다. 지긋지긋하게도 또 다시 아침이, 삶이 시작되는 신호였다. 속을 매쓱거리게 만드는 알람을 꺼버리곤, 밤새 착용한 안대와 귀마개를 뺏다. 귀마개를 빼자 순식간에 몰려드는 세상의 온갖 소음들은 나를 이른 아침부터 지치게 만들기에는 충분하였다. 그래, 아침, 누군가에게는 새로이 하루를 시작하는 활기찬 시간대, 나에게 있어서는 환멸나는 세상을 또다시 마주해야 하는 절규뿐인 시간, 나에게 아침이란 그런 시간대 이었다. 앞으로도, 어쩌면 영원토록, 그럼에도 스스로의 생을 놓아버릴 용기는 우습게도 없었기에, 냉장고 문을 열고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차게 식은 빵은 전자렌지로 데우기 시작했다. 띵- 울리는 소음과 함께 텁텁한, 아무맛도 느껴지지 않는 빵을 입에 우겨 넣고는 나의 톱니바퀴와 같은 하루가 시작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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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은 누구에게나 힘겨운것 같습니다. 저에게도 특별히 다른것은 없이 똑같이 힘겨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요란히도 울리는 알람을 5분만 더- 5분만 더-라고 마법의 주문인 양 읇조리고는 매일을 이불속을 꾸물거립니다.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봄날의 향기가 저를 살며시 유혹하여, 저를 끝내 침대에서 일어나게 만들었습니다. 기지개로 밤새 굳은 몸을 풀어주고는 커튼을 활짝 저쳤습니다. 살짝 열린 창틈 사이로 살랑이며 들어오는 봄바람이 저를 간질입니다. 아침식사를 챙겨 먹는것은 꽤나 귀찮은 일이지만, 꼬르륵 거리는 뱃소리를 무시할수는 없겠죠. 저는 찬장에 말랑한 모닝빵과 달콤한 과일잼, 고소한 우유로 오늘 하루를 시작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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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부터 끊겠다고 다짐했던 담배는 이제는 나에게 일상이 되었다. 출근 전 한대, 식사후 한대, 잠들기 전 한대, 지독하리 만큼 힘겨운 하루하루에 담배만이 유일한 위로가 된지는 오래였다. 회사에 들어가기 전, 나는 가면을, 불만 가득한 표정은 미소로, 웃음으로 숨기고 나라는 사람을 말끔히 지우고는 직장에 들어선다. 하나의 부품으로써, 하나의 도구로써 그저 그렇게 하루하루 굴러간다. 그렇게 삶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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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신나는 노래를 듣습니다. 오늘같이 봄이 만개한 날에는 흔히들 말하는 자체 공강을 하고, 소풍을 가는것이 좋을것 같지만, 어쩌겠나요. 출석률이 두려운걸요. 학교의 수업은 언제나 재미는 없습니다. 저는 최대한 집중을 해 보려 하지만, 강의실 창 너머로 비추는 따뜻한 봄햇살이 저를 나른이 녹이는 것만 같습니다. 어느새 강의는 끝나고, 제 노트는 개발새발로 써진 필기만이 남았습니다. 제가 쓴 필기지만, 꽤나 화려하게 엉망인 제 글씨에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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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은 늘상 혼자 먹는다. 아니, 먹는다라고 표현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별다른 것들을 취하지는 않는다. 쓰디쓴 커피 한잔과 퍽퍽한 비슷킷 한조각 그리고 담배 한두개피, 지극히도 자기파괴적인 식단에 주변인들의 걱정을 받고 있는듯 하지만, 그다지 장수를 하겠다거나 하는 생각도, 그렇다고 삶을 꿋꿋이 이어가고 싶다는 욕구도 없었기에 그다지 귀담아 듣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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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시간 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남았습니다. 주변에는 삼삼오오 모여 점심을 무엇을 먹을지 사뭇 진지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는듯 보입니다. 같은 학과의 동기중 한명이 다같이 근처 도시락 전문점에 가자고 합니다. 저또한 별다른 이견이 없었기에 동기들과 함께 식사를 하였습니다. 흰쌀밥, 연어구이와 타르타르소스, 약간의 샐러드, 대학생들을 위한 저렴한 가격까지, 우리 모두 만족스런 점심식사를 하곤 웃고 떠들다보니 어느새 오후 수업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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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미도 없는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퇴근 시간이 되었다. 어느 누구는 가족의 곁으로, 어느 누구는 연인의, 어느 누구는 친구의, 다들 누군가의 곁으로 돌아가는 듯 보인다. 나는 동내 작은 마트에서 마감 세일 중인 반찬거리를 몇개 사들고는 쌀쌀한 집으로 몸을 우겨 넣었다. 찬장 어딘가에 놓인 즉석밥을 아무렇게나 뜯어 전자렌지에 데웠다. 멍하니 창밖을, 창 너머의 세상은 각자의 생명력으로, 각자의 리듬으로 흘러가는듯 보였다. 나의 느리고, 거진 멈춰버린 박동은 본디부터 없었던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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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이 끝났습니다. 시간은 어느덧 오후 3시 30분, 저는 친구들과 가볍게 인사를 하고 동내 카폐로 향했습니다. 학교의 과제, 과제를 조금씩 하다보니 어느덧 저녁 시간 입니다. 주홍빛으로 물드는 하늘을 뒤로하고 집으로, 현과문을 여니 따뜻한 집내음이 저를 안아주는것만 같습니다. 저는 따끈하게 새밥을 짓고, 엄마가 챙겨준 맛있는 반찬들을 꺼내어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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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역질이 올라왔다. 입을 틀어 막고는 화장실로, 변기 앞에 쓰러지듯 주저 앉았다. 얼마 먹지도 않은 음식물들이 식도를 타고 역류 하였다.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투명하고 서글픈 한방울이 주르륵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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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카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날 입니다. 버스로 몇정거장 안 되는 거리, 작은 동내 카폐 입니다. 카폐 근처에 이런저런 회사가 있지만, 회사원 분들은 다들 반대쪽 큰길거리에서 식사를 하는 모양이라, 카폐는 언제나 느긋합니다. 딸랑- 입구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납니다. 매일 오시는 손님입니다. 늘 피곤해 보이는 얼굴, 은은히 풍겨오는 담ㅂ냄새, 마치 세상에서 홀로 색이 없다고 생각이 드는 그런 손님 입니다. 매일 홀로 아메리카노에 샷을 추가하시고, 작은 비스킷을 하나만 사가시는 손님 입니다. 매일 매일을 똑같은 표정과 똑같은 메뉴들, 한마디 말도 없이 사가시는 특이한 손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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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점심을 조용히 홀로 먹었다. 쓰디쓴 커피 한잔, 그리고 비스킷 한조각. 매일 같이 같은 주문을 하는 내 모습이 신기한것인지, 아니면 이상하다 생각을 하는건지, 카폐의 직원은 언제나와 같이 의구심이 가득한 표정 이었다. 이것이 나만의 피해의식일지도, 아니 그럴것이라고 생각이 들어, 언제나와 같이 똑같은 표정과 똑같은 속도로 가벼운 목례만을, 커피를 받아 들고는 도망치듯 카폐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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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일하는 카폐는 언제나 한가합니다. 가끔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인터넷 판매가 많이 들어오면 조금 더 바쁜 날이 됩니다. 오늘이 그런 날 입니다. 사장님은 열심히 여러 디저트들을 만들고 저는 포장을 합니다. 택배 상자에 차곡차곡 쌓다보니 어느덧 점심 시간 입니다. 이 시간이면, 언제나와 같이 회색빛의 손님이 오실 시간 입니다. 여전히 은은히 온기가 남아있는 비스킷을 들고 카운터로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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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늘상가는 카폐로 향한다. 그곳에 커피가 맛있다던가, 분위기가 좋다던가, 하는 감상은 없다. 그저 마주치는 사람이 적고, 적막하기 때문에 발걸음을 한다. 카폐에 들어서자 빵냄새가 안면을 강타 하였다. 속이 약간 울렁이는 것 같아 얼른 커피와 비스킷을 사고 나가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지만, 모두들 주방에서 바쁘게 일하는 모습이 보였다. 다들 바빠서인지, 내가 온것도 모르는, 그렇다고 직원을 부를만큼 절박한것도, 그럴 용기도 없었기에, 나는 조용히 뒤돌아 가게를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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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운터에 나가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직 안 온 걸까요? 늘 이시간에 오시는 손님인데, 오늘은 조금 늦나 봅니다. 아직 따끈한 이 비스킷 드셔보시면 좋을텐데-라는 생각을 하며 기다렸지만, 달이 인사를 하러 나올때까지 안 오십니다. 조금 아쉽다는 기분이 들었지만, 어쩔수 없는 일이지요. 저는 사장님을 도와 마감 정리를 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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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렁거림이 멈추지 않는다. 한방울 물도 들어가지 않은 속 이지만, 마치 수백만마리의 지렁이가 기어다니는 기분에 변기를 부여잡고 마구 헛구역질을, 그저 누런 위액만이, 공허히 올라오는 위액의 시큼한 향만이 멤돌고, 비어버린 속마냥 적막만이 나를 어루만졌다. 그럼에도 환멸나게 붙어있는 생에 그저 뜻 모를 한방울 소나기가 화장실에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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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이 끝나고 잠시 산책을 합니다. 이제 봄이 지나고 조금씩 더워지는것 같습니다. 더운건 정말 질색인데, 그래도 여름에는 여름에만 즐길수 있는것들이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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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가 점점 더워진다. 온몽의 힘이 빠지고, 지나칠 정도로 해가 강한 계절, 나는 여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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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카폐에 회색빛 손님보다 먼저 온 손님이 있습니다. 동내를 순찰하는 고양이, 동내 모든 분들이 좋아하는 치즈색 고양이 입니다. 동내 여기저기를 순찰하다, 가끔 목이 마르면 제가 일하는 카폐에도 당당히 홀로 출두 합니다. 그럴때면, 작은, 고양이만을 위해 준비한 그릇에 시원한 물을 담아 줍니다. 오늘도 고양이 손님은 제 대접에 만족한 듯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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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와 같이 오늘도 카폐로 향했다. 조금이라도 시끄러운 곳을 피하기위해, 세상의 소음은 왜 이리 시끄러운지, 그저 한숨만 느는것 같다. 카폐 문 앞에서 쨍한 색의 주황색 고양이와 알바생이 놀고 있는듯 보였다. 카폐로 다가서자 그 알바생은 웃으며 인사한다. 고양이가 사납지 않으니 안심하고 들어오라는 말도 덧붙인다. 나는 언제나 그렇듯 커피와 비스킷을 사서 나왔다. 고양이는 계속해서 운다. 왜인지, 싫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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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제는 왜 이리 많은 걸까요? 반나절이 넘는 시간동안 도사관에서 과제만 한것 같습니다. 찌뿌둥한 몸을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풀고는 도서관 창밖을 보았습니다. 여유로이 떠나가는 하늘위 구름이 무척이나 부러운 날 입니다. 어느덧 시간은 오후 5시, 저는 책과 패드를 가방에 넣고는 자리에서 일어 났습니다. 도서관을 나와 집으로 향했습니다. 길가에 들어서니, 멍하니 담배를 피는 익숙한 회색의 사람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황급히 담배를 끄는 모습에, ‘재만 남은 사람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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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일이 조금 일찍 끝난 날이다. 사무실에서 나와 거리 한구석에서 담배를 물고는 불을 무심히도 붙인다. 폐포 하나하나에 온갖 해로운 것들이 들러 붙는것이 느껴진다. 그저 멍하니, 허망하게 흘러가는 하늘속 흐름을 보며, 기계적으로 담배 연기를 들이 마시다 뱉는다. 조용한 거리에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무의식 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색색의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나도 모르게, 담배를 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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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으로 돌아와, 즉석밥을 데웠다. 언제 산건지도 모를 레트로트 카레를 뜯어 그릇에 부었다.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 밥을 억지로 입에 밀어 넣었다. 식사를 끝내고, 설거지를 하곤, 버릇적으로 화장실로 향했다. 약간 속이 울렁거렸지만, 그럭저럭 참을만 하였다. 나는 오랜만에 화장실 거울 속 내모습을 보았다. 피로에 절여진, 생기없는 눈 두덩이, 관리하기 싫어 정수리 위로 질끈 말아올린, 지속된 흡연으로 푸석해진 머리칼, 언제 무너져도 이상해 보이지 않는 몸뚱아리, 실로 처참한 모습에 실소가 절로 나왔다. 나는 화장실에서 나와, 어디로 가는지 모를 흐름에, 반갑 이상 남아있던 담배를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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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워를 끝마치고 가볍게 머리를 쓸어 내렸습니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흘러 내리는 머리결에서 향긋한 향이 은은이 퍼졌습니다. 따끈한 차를 마시며 일기장을 펄쳤습니다. 오늘도 무탈히 보낸 일상에 안도하며, 한자한자 외로이 글을, 연필에 꾹꾹 눌러담아 유유이 표류 시켰습니다. 무언가 가슴속 한켠이 공백으로 넘실거리는 기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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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절이, 시간이, 세월에 어찌 흘러가는지도 모른채, 어두운 밤바다를 유영하듯 그저 그렇게 흘렀갔다. 적막한 사무실에는 연신 키보드 두들기는 소리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어느덧 시간은 고이고 고여 오후 1시, 다들 약속이라도 한듯이 여럿이 모여 점심 식사를 하러 나간다. 나는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긋이도 지키다 아무도 없는, 적막하다 못해 공허한 사무실에서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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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회색의 손님은 커피 한잔과 비스킷 한조각만을 사갔습니다. 쌉살한 커피와 퍽퍽한, 잼이 함께하지 않는다면 아무맛도 나지 않는 그런 비스킷을, 매일 같은 시각, 같은 메뉴, 같은 옷차림, 같은 표정, 같은 말투, 같은 행동, 매일매일이 그저 돌아가는 시계침 같은 사람 입니다. 그런데 왜 일까요? 오늘은 늘상 코를 때리던 진한 담배 냄새가 조금은 옅어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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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감 청소를 합니다. 쓸고 닦고, 여기저기 먼지는 참 많이도 쌓입니다. 매일같이 청소를 해도 어디선가 걸어 들어오는 먼지는 매번 구석에서 저를 반겨줍니다. 유니폼을 갈아입고 집으로, 퇴근 준비를 합니다. 오늘은 사장님이 팔리지 않아 남은 몇가지 빵을 챙겨 주셨습니다. 풍신한 빵들 사이로 회색 손님이 늘상 사가시는 비스킷 한조각도 숨어있습니다. 가볍게 샤워를 하곤, 따근하게 차를 우립니다. 은은히 퍼지는 홍차의 향이 포근하게도 멤돕니다. 저는 빵 봉지에서 비스킷을 꺼내어 한입 입속에 던졌습니다. 오도독하는 식감, 별달리 느껴지지 않는 맛, 같이 챙겨온 딸기잼을 꺼내어 비스킷 위에 듬뿍 뿌려서 다시 입속으로 던져 넣었습니다. 회색 손님은 늘상 딸기잼을 거절 하셨는데, 참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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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끄러운 알람이 울린다. 여전히 무거운 두눈을 힘겹게 걷어 올리곤, 버릇적으로 담배를 찾아 더듬거렸지마, 잡히지도 않는 공기만이 손에 부딪혔다. 문든 언젠가 담배를 쓰레기통에 버려버린것이 기억이 났다. 약간의 아쉬움이 들었지만, 침대에서 힘겹게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였다. 길을 걷는다. 유난히도 내리쬐는 햇볕이 너무나도 눈이부셔, 그저 눈을 감고 싶었다. 진하디 진한 커피 한잔, 비스킷 한조각이 간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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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색의 손님이 안 온지 벌써 몇달이 지나갔습니다. 사장님꼐서는 아마 그 회사가 여러 사정으로 문을 닫은것 같다고 말하셨습니다. 저는 요즘 졸업 준비로 꽤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멍하니 앉아, 비스킷 한입 베어 물었습니다. 왜인지 모를 흐름에 곱씹고, 또 곱씹다 보니 왠인지 모를 달큰함에, 왜인지 모를 울적함이, 왜인지 쓰디쓴 커피 한잔이 마시고픈 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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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의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아는 이야기였고, 폐업을 하는것도 어쩌면 당연한 결말 이었을지도 모를 일 이었다. 나는 나의 작디 작은 집을 정리를 하고, 지방의 작은 도시로 이사를 하였다. 대도시, 그 시끄러운 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한가로이 집앞 벤치에 앉아있으니, 작은 고양이 한마리가 정답게 다가와 내다리에 자신의 볼을 부빈다. 냥냥거리는 울음이 그리 싫지는 않았기에, 여름에 공기가 왜인지 그리 싫지는 않았기에, 하늘에 유유이 부유하는 구름이 왜인지 그리 싫지 않았기에, 왜인지 모를 아련한 기분이, 왜인지 모를 울적함이 그리 싫지는 않았기에, 나는 그저 하염없이, 왜인지 모를 기분에, 어디로 가는지 모를 흐름에 몸을 맡기고, 그저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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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졸업을 하는 날 입니다. 정들었던 학교도, 정들었던 강의실도, 정들었던 친구들과도 이별을 하는 날 입니다. 부모님과 친구들 모두들 축하하고, 축하해줍니다. 졸업식이 끝나고 집에오니 왜인지 기운이 쭉 빠집니다. 가슴 한켠에 언젠가부터 생긴 공백은, 언젠가부터 생긴, 언젠가부터 생긴, 왜인지 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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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번의 계절이, 몇번인가 무심히 지나갔다. 세상이 변하는만큼 나또한, 변하지 못할것만 같던 나도 조금씩 변하여갔다. 오래간만에 화장시 속 거울을 보았다. 푸석했던 머리칼은 담배 냄새 대신 향긋한 향이, 눈가에는 여전히 다크서클이 있지만, 그래도 퍽 살만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밖에서는 냐옹거리는 부름이 들렸다. 언젠가부터 나의 작은집에 마실을 오는 고양이, 나는 작은 그릇에 물과 고양이 사료를 담아 대접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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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업을 하고꽤나 시간이 흘렀습니다. 따스한 봄날의 햇살이 정겨워, 봄바람이 난란히 불어와 가벼이 거리를 걸었습니다. 저는 은은한 커피향에 이끌려 카폐에 들어갔습니다. 주문은, 언젠가부터 좋아하게된 쌉살한 커피 한잔과 비스킷 몇조각, 여유로이 창밖을 바라보며 포근한 봄을 만끽했습니다. 참으로 따사롭고, 평온한 날인것 같습니다.


길, 마주침과 엇갈림, 그리고 결국엔 흩어지고 남은것들

  -1-  창틀 너머로 햇살이 들어온다. 지긋지긋하게도 또 다시 아침이, 삶이 시작되는 신호였다. 속을 매쓱거리게 만드는 알람을 꺼버리곤, 밤새 착용한 안대와 귀마개를 뺏다. 귀마개를 빼자 순식간에 몰려드는 세상의 온갖 소음들은 나를 이른 아침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