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uno_yuuni’s studio
2026년 10월 31일 토요일
이방인의 삶 - 다시 시작하는 호주 블로그
2026년 10월 23일 금요일
길, 마주침과 엇갈림, 그리고 결국엔 흩어지고 남은것들
창틀 너머로 햇살이 들어온다. 지긋지긋하게도 또 다시 아침이, 삶이 시작되는 신호였다. 속을 매쓱거리게 만드는 알람을 꺼버리곤, 밤새 착용한 안대와 귀마개를 뺏다. 귀마개를 빼자 순식간에 몰려드는 세상의 온갖 소음들은 나를 이른 아침부터 지치게 만들기에는 충분하였다. 그래, 아침, 누군가에게는 새로이 하루를 시작하는 활기찬 시간대, 나에게 있어서는 환멸나는 세상을 또다시 마주해야 하는 절규뿐인 시간, 나에게 아침이란 그런 시간대 이었다. 앞으로도, 어쩌면 영원토록, 그럼에도 스스로의 생을 놓아버릴 용기는 우습게도 없었기에, 냉장고 문을 열고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차게 식은 빵은 전자렌지로 데우기 시작했다. 띵- 울리는 소음과 함께 텁텁한, 아무맛도 느껴지지 않는 빵을 입에 우겨 넣고는 나의 톱니바퀴와 같은 하루가 시작 되었다.
-2-
아침은 누구에게나 힘겨운것 같습니다. 저에게도 특별히 다른것은 없이 똑같이 힘겨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요란히도 울리는 알람을 5분만 더- 5분만 더-라고 마법의 주문인 양 읇조리고는 매일을 이불속을 꾸물거립니다.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봄날의 향기가 저를 살며시 유혹하여, 저를 끝내 침대에서 일어나게 만들었습니다. 기지개로 밤새 굳은 몸을 풀어주고는 커튼을 활짝 저쳤습니다. 살짝 열린 창틈 사이로 살랑이며 들어오는 봄바람이 저를 간질입니다. 아침식사를 챙겨 먹는것은 꽤나 귀찮은 일이지만, 꼬르륵 거리는 뱃소리를 무시할수는 없겠죠. 저는 찬장에 말랑한 모닝빵과 달콤한 과일잼, 고소한 우유로 오늘 하루를 시작 하였습니다.
-3-
언젠가부터 끊겠다고 다짐했던 담배는 이제는 나에게 일상이 되었다. 출근 전 한대, 식사후 한대, 잠들기 전 한대, 지독하리 만큼 힘겨운 하루하루에 담배만이 유일한 위로가 된지는 오래였다. 회사에 들어가기 전, 나는 가면을, 불만 가득한 표정은 미소로, 웃음으로 숨기고 나라는 사람을 말끔히 지우고는 직장에 들어선다. 하나의 부품으로써, 하나의 도구로써 그저 그렇게 하루하루 굴러간다. 그렇게 삶을 이어간다.
-4-
학교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신나는 노래를 듣습니다. 오늘같이 봄이 만개한 날에는 흔히들 말하는 자체 공강을 하고, 소풍을 가는것이 좋을것 같지만, 어쩌겠나요. 출석률이 두려운걸요. 학교의 수업은 언제나 재미는 없습니다. 저는 최대한 집중을 해 보려 하지만, 강의실 창 너머로 비추는 따뜻한 봄햇살이 저를 나른이 녹이는 것만 같습니다. 어느새 강의는 끝나고, 제 노트는 개발새발로 써진 필기만이 남았습니다. 제가 쓴 필기지만, 꽤나 화려하게 엉망인 제 글씨에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5-
점심은 늘상 혼자 먹는다. 아니, 먹는다라고 표현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별다른 것들을 취하지는 않는다. 쓰디쓴 커피 한잔과 퍽퍽한 비슷킷 한조각 그리고 담배 한두개피, 지극히도 자기파괴적인 식단에 주변인들의 걱정을 받고 있는듯 하지만, 그다지 장수를 하겠다거나 하는 생각도, 그렇다고 삶을 꿋꿋이 이어가고 싶다는 욕구도 없었기에 그다지 귀담아 듣지는 않는다.
-6-
점심시간 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남았습니다. 주변에는 삼삼오오 모여 점심을 무엇을 먹을지 사뭇 진지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는듯 보입니다. 같은 학과의 동기중 한명이 다같이 근처 도시락 전문점에 가자고 합니다. 저또한 별다른 이견이 없었기에 동기들과 함께 식사를 하였습니다. 흰쌀밥, 연어구이와 타르타르소스, 약간의 샐러드, 대학생들을 위한 저렴한 가격까지, 우리 모두 만족스런 점심식사를 하곤 웃고 떠들다보니 어느새 오후 수업 시간이 되었습니다.
-7-
의미도 없는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퇴근 시간이 되었다. 어느 누구는 가족의 곁으로, 어느 누구는 연인의, 어느 누구는 친구의, 다들 누군가의 곁으로 돌아가는 듯 보인다. 나는 동내 작은 마트에서 마감 세일 중인 반찬거리를 몇개 사들고는 쌀쌀한 집으로 몸을 우겨 넣었다. 찬장 어딘가에 놓인 즉석밥을 아무렇게나 뜯어 전자렌지에 데웠다. 멍하니 창밖을, 창 너머의 세상은 각자의 생명력으로, 각자의 리듬으로 흘러가는듯 보였다. 나의 느리고, 거진 멈춰버린 박동은 본디부터 없었던것처럼.
-8-
수업이 끝났습니다. 시간은 어느덧 오후 3시 30분, 저는 친구들과 가볍게 인사를 하고 동내 카폐로 향했습니다. 학교의 과제, 과제를 조금씩 하다보니 어느덧 저녁 시간 입니다. 주홍빛으로 물드는 하늘을 뒤로하고 집으로, 현과문을 여니 따뜻한 집내음이 저를 안아주는것만 같습니다. 저는 따끈하게 새밥을 짓고, 엄마가 챙겨준 맛있는 반찬들을 꺼내어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9-
구역질이 올라왔다. 입을 틀어 막고는 화장실로, 변기 앞에 쓰러지듯 주저 앉았다. 얼마 먹지도 않은 음식물들이 식도를 타고 역류 하였다.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투명하고 서글픈 한방울이 주르륵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10-
오늘은 카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날 입니다. 버스로 몇정거장 안 되는 거리, 작은 동내 카폐 입니다. 카폐 근처에 이런저런 회사가 있지만, 회사원 분들은 다들 반대쪽 큰길거리에서 식사를 하는 모양이라, 카폐는 언제나 느긋합니다. 딸랑- 입구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납니다. 매일 오시는 손님입니다. 늘 피곤해 보이는 얼굴, 은은히 풍겨오는 담ㅂ냄새, 마치 세상에서 홀로 색이 없다고 생각이 드는 그런 손님 입니다. 매일 홀로 아메리카노에 샷을 추가하시고, 작은 비스킷을 하나만 사가시는 손님 입니다. 매일 매일을 똑같은 표정과 똑같은 메뉴들, 한마디 말도 없이 사가시는 특이한 손님 입니다.
-11-
오늘도 점심을 조용히 홀로 먹었다. 쓰디쓴 커피 한잔, 그리고 비스킷 한조각. 매일 같이 같은 주문을 하는 내 모습이 신기한것인지, 아니면 이상하다 생각을 하는건지, 카폐의 직원은 언제나와 같이 의구심이 가득한 표정 이었다. 이것이 나만의 피해의식일지도, 아니 그럴것이라고 생각이 들어, 언제나와 같이 똑같은 표정과 똑같은 속도로 가벼운 목례만을, 커피를 받아 들고는 도망치듯 카폐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12-
제가 일하는 카폐는 언제나 한가합니다. 가끔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인터넷 판매가 많이 들어오면 조금 더 바쁜 날이 됩니다. 오늘이 그런 날 입니다. 사장님은 열심히 여러 디저트들을 만들고 저는 포장을 합니다. 택배 상자에 차곡차곡 쌓다보니 어느덧 점심 시간 입니다. 이 시간이면, 언제나와 같이 회색빛의 손님이 오실 시간 입니다. 여전히 은은히 온기가 남아있는 비스킷을 들고 카운터로 나갔습니다.
-13-
오늘도, 늘상가는 카폐로 향한다. 그곳에 커피가 맛있다던가, 분위기가 좋다던가, 하는 감상은 없다. 그저 마주치는 사람이 적고, 적막하기 때문에 발걸음을 한다. 카폐에 들어서자 빵냄새가 안면을 강타 하였다. 속이 약간 울렁이는 것 같아 얼른 커피와 비스킷을 사고 나가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지만, 모두들 주방에서 바쁘게 일하는 모습이 보였다. 다들 바빠서인지, 내가 온것도 모르는, 그렇다고 직원을 부를만큼 절박한것도, 그럴 용기도 없었기에, 나는 조용히 뒤돌아 가게를 빠져 나왔다.
-14-
카운터에 나가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직 안 온 걸까요? 늘 이시간에 오시는 손님인데, 오늘은 조금 늦나 봅니다. 아직 따끈한 이 비스킷 드셔보시면 좋을텐데-라는 생각을 하며 기다렸지만, 달이 인사를 하러 나올때까지 안 오십니다. 조금 아쉽다는 기분이 들었지만, 어쩔수 없는 일이지요. 저는 사장님을 도와 마감 정리를 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15-
울렁거림이 멈추지 않는다. 한방울 물도 들어가지 않은 속 이지만, 마치 수백만마리의 지렁이가 기어다니는 기분에 변기를 부여잡고 마구 헛구역질을, 그저 누런 위액만이, 공허히 올라오는 위액의 시큼한 향만이 멤돌고, 비어버린 속마냥 적막만이 나를 어루만졌다. 그럼에도 환멸나게 붙어있는 생에 그저 뜻 모를 한방울 소나기가 화장실에 쏟아졌다.
-16-
수업이 끝나고 잠시 산책을 합니다. 이제 봄이 지나고 조금씩 더워지는것 같습니다. 더운건 정말 질색인데, 그래도 여름에는 여름에만 즐길수 있는것들이 많으니까요.
-17-
날씨가 점점 더워진다. 온몽의 힘이 빠지고, 지나칠 정도로 해가 강한 계절, 나는 여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거 같다.
-18-
오늘은 카폐에 회색빛 손님보다 먼저 온 손님이 있습니다. 동내를 순찰하는 고양이, 동내 모든 분들이 좋아하는 치즈색 고양이 입니다. 동내 여기저기를 순찰하다, 가끔 목이 마르면 제가 일하는 카폐에도 당당히 홀로 출두 합니다. 그럴때면, 작은, 고양이만을 위해 준비한 그릇에 시원한 물을 담아 줍니다. 오늘도 고양이 손님은 제 대접에 만족한 듯 보입니다.
-19-
언제나와 같이 오늘도 카폐로 향했다. 조금이라도 시끄러운 곳을 피하기위해, 세상의 소음은 왜 이리 시끄러운지, 그저 한숨만 느는것 같다. 카폐 문 앞에서 쨍한 색의 주황색 고양이와 알바생이 놀고 있는듯 보였다. 카폐로 다가서자 그 알바생은 웃으며 인사한다. 고양이가 사납지 않으니 안심하고 들어오라는 말도 덧붙인다. 나는 언제나 그렇듯 커피와 비스킷을 사서 나왔다. 고양이는 계속해서 운다. 왜인지, 싫지는 않았다.
-20-
과제는 왜 이리 많은 걸까요? 반나절이 넘는 시간동안 도사관에서 과제만 한것 같습니다. 찌뿌둥한 몸을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풀고는 도서관 창밖을 보았습니다. 여유로이 떠나가는 하늘위 구름이 무척이나 부러운 날 입니다. 어느덧 시간은 오후 5시, 저는 책과 패드를 가방에 넣고는 자리에서 일어 났습니다. 도서관을 나와 집으로 향했습니다. 길가에 들어서니, 멍하니 담배를 피는 익숙한 회색의 사람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황급히 담배를 끄는 모습에, ‘재만 남은 사람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1-
오늘은 일이 조금 일찍 끝난 날이다. 사무실에서 나와 거리 한구석에서 담배를 물고는 불을 무심히도 붙인다. 폐포 하나하나에 온갖 해로운 것들이 들러 붙는것이 느껴진다. 그저 멍하니, 허망하게 흘러가는 하늘속 흐름을 보며, 기계적으로 담배 연기를 들이 마시다 뱉는다. 조용한 거리에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무의식 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색색의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나도 모르게, 담배를 꺼버렸다.
-22-
집으로 돌아와, 즉석밥을 데웠다. 언제 산건지도 모를 레트로트 카레를 뜯어 그릇에 부었다.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 밥을 억지로 입에 밀어 넣었다. 식사를 끝내고, 설거지를 하곤, 버릇적으로 화장실로 향했다. 약간 속이 울렁거렸지만, 그럭저럭 참을만 하였다. 나는 오랜만에 화장실 거울 속 내모습을 보았다. 피로에 절여진, 생기없는 눈 두덩이, 관리하기 싫어 정수리 위로 질끈 말아올린, 지속된 흡연으로 푸석해진 머리칼, 언제 무너져도 이상해 보이지 않는 몸뚱아리, 실로 처참한 모습에 실소가 절로 나왔다. 나는 화장실에서 나와, 어디로 가는지 모를 흐름에, 반갑 이상 남아있던 담배를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23-
샤워를 끝마치고 가볍게 머리를 쓸어 내렸습니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흘러 내리는 머리결에서 향긋한 향이 은은이 퍼졌습니다. 따끈한 차를 마시며 일기장을 펄쳤습니다. 오늘도 무탈히 보낸 일상에 안도하며, 한자한자 외로이 글을, 연필에 꾹꾹 눌러담아 유유이 표류 시켰습니다. 무언가 가슴속 한켠이 공백으로 넘실거리는 기분 입니다.
-24-
계절이, 시간이, 세월에 어찌 흘러가는지도 모른채, 어두운 밤바다를 유영하듯 그저 그렇게 흘렀갔다. 적막한 사무실에는 연신 키보드 두들기는 소리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어느덧 시간은 고이고 고여 오후 1시, 다들 약속이라도 한듯이 여럿이 모여 점심 식사를 하러 나간다. 나는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긋이도 지키다 아무도 없는, 적막하다 못해 공허한 사무실에서 빠져 나왔다.
-25-
오늘도 회색의 손님은 커피 한잔과 비스킷 한조각만을 사갔습니다. 쌉살한 커피와 퍽퍽한, 잼이 함께하지 않는다면 아무맛도 나지 않는 그런 비스킷을, 매일 같은 시각, 같은 메뉴, 같은 옷차림, 같은 표정, 같은 말투, 같은 행동, 매일매일이 그저 돌아가는 시계침 같은 사람 입니다. 그런데 왜 일까요? 오늘은 늘상 코를 때리던 진한 담배 냄새가 조금은 옅어진것 같습니다.
-26-
마감 청소를 합니다. 쓸고 닦고, 여기저기 먼지는 참 많이도 쌓입니다. 매일같이 청소를 해도 어디선가 걸어 들어오는 먼지는 매번 구석에서 저를 반겨줍니다. 유니폼을 갈아입고 집으로, 퇴근 준비를 합니다. 오늘은 사장님이 팔리지 않아 남은 몇가지 빵을 챙겨 주셨습니다. 풍신한 빵들 사이로 회색 손님이 늘상 사가시는 비스킷 한조각도 숨어있습니다. 가볍게 샤워를 하곤, 따근하게 차를 우립니다. 은은히 퍼지는 홍차의 향이 포근하게도 멤돕니다. 저는 빵 봉지에서 비스킷을 꺼내어 한입 입속에 던졌습니다. 오도독하는 식감, 별달리 느껴지지 않는 맛, 같이 챙겨온 딸기잼을 꺼내어 비스킷 위에 듬뿍 뿌려서 다시 입속으로 던져 넣었습니다. 회색 손님은 늘상 딸기잼을 거절 하셨는데, 참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7-
시끄러운 알람이 울린다. 여전히 무거운 두눈을 힘겹게 걷어 올리곤, 버릇적으로 담배를 찾아 더듬거렸지마, 잡히지도 않는 공기만이 손에 부딪혔다. 문든 언젠가 담배를 쓰레기통에 버려버린것이 기억이 났다. 약간의 아쉬움이 들었지만, 침대에서 힘겹게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였다. 길을 걷는다. 유난히도 내리쬐는 햇볕이 너무나도 눈이부셔, 그저 눈을 감고 싶었다. 진하디 진한 커피 한잔, 비스킷 한조각이 간절해졌다.
-28-
회색의 손님이 안 온지 벌써 몇달이 지나갔습니다. 사장님꼐서는 아마 그 회사가 여러 사정으로 문을 닫은것 같다고 말하셨습니다. 저는 요즘 졸업 준비로 꽤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멍하니 앉아, 비스킷 한입 베어 물었습니다. 왜인지 모를 흐름에 곱씹고, 또 곱씹다 보니 왠인지 모를 달큰함에, 왜인지 모를 울적함이, 왜인지 쓰디쓴 커피 한잔이 마시고픈 날 입니다.
-29-
회사의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아는 이야기였고, 폐업을 하는것도 어쩌면 당연한 결말 이었을지도 모를 일 이었다. 나는 나의 작디 작은 집을 정리를 하고, 지방의 작은 도시로 이사를 하였다. 대도시, 그 시끄러운 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한가로이 집앞 벤치에 앉아있으니, 작은 고양이 한마리가 정답게 다가와 내다리에 자신의 볼을 부빈다. 냥냥거리는 울음이 그리 싫지는 않았기에, 여름에 공기가 왜인지 그리 싫지는 않았기에, 하늘에 유유이 부유하는 구름이 왜인지 그리 싫지 않았기에, 왜인지 모를 아련한 기분이, 왜인지 모를 울적함이 그리 싫지는 않았기에, 나는 그저 하염없이, 왜인지 모를 기분에, 어디로 가는지 모를 흐름에 몸을 맡기고, 그저 그렇게.
-30-
어느덧 졸업을 하는 날 입니다. 정들었던 학교도, 정들었던 강의실도, 정들었던 친구들과도 이별을 하는 날 입니다. 부모님과 친구들 모두들 축하하고, 축하해줍니다. 졸업식이 끝나고 집에오니 왜인지 기운이 쭉 빠집니다. 가슴 한켠에 언젠가부터 생긴 공백은, 언젠가부터 생긴, 언젠가부터 생긴, 왜인지 모를…
-31-
네번의 계절이, 몇번인가 무심히 지나갔다. 세상이 변하는만큼 나또한, 변하지 못할것만 같던 나도 조금씩 변하여갔다. 오래간만에 화장시 속 거울을 보았다. 푸석했던 머리칼은 담배 냄새 대신 향긋한 향이, 눈가에는 여전히 다크서클이 있지만, 그래도 퍽 살만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밖에서는 냐옹거리는 부름이 들렸다. 언젠가부터 나의 작은집에 마실을 오는 고양이, 나는 작은 그릇에 물과 고양이 사료를 담아 대접해 주었다.
-32-
졸업을 하고꽤나 시간이 흘렀습니다. 따스한 봄날의 햇살이 정겨워, 봄바람이 난란히 불어와 가벼이 거리를 걸었습니다. 저는 은은한 커피향에 이끌려 카폐에 들어갔습니다. 주문은, 언젠가부터 좋아하게된 쌉살한 커피 한잔과 비스킷 몇조각, 여유로이 창밖을 바라보며 포근한 봄을 만끽했습니다. 참으로 따사롭고, 평온한 날인것 같습니다.
2026년 9월 1일 화요일
악마 숭배의 관한 짧고 우스운 이야기
이곳은 일반인들에게는 접근마저 쉬이 허락되지 않은, 깊고도 어두운 숲, 그 한가운데서 악마 숭배자들은 오늘도 그들의 우상, 그들의 신을 위한 기도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사탄이시여, 지금 우리들 앞에 헌현 하시여, 이 썩어 빠진 세상을 파멸로 이끌어 주시옵소서!’ 그들의 매일같이 이어지는 기도는 누군가의 심기를 건들이기에는 충분한 양 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이 믿어 의심치 않는 ‘사탄’이 짜증과 피곤이 가득한 민원 처리인을 보내는 것은 당연한 수순 일것입니다. 악마 숭배자, 그들이 제단이랍시고 만들어 놓은 불이 활활타는 제단 한 가운데서 짜증 한가득한 모습에, 피로에 절여진 표정을 한 악마 한명이 그들 앞에 나타났습니다. 숭배자들은 마침내 헌현한 악마의 모습에 기뻐 날뛰었지만, 나타난 악마는 조용히 하라며 그들에게 소리 쳤습니다. 그들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악마의 반응에 일순간 당황을 하면서도, ‘어쩌면 악마니까 저게 지극히 당연한 반응 아닐까?’하는 식의 그들만의 의견과 생각이 오가는것이 악마의 두눈에 훤히 보일 정도로 그들의 눈가에는 기대감이 서려있었습니다. 악마는 짜증이 솓구쳐 미칠 지경 이었지만,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아버지 하나님을 본따 만든, 자칭 만물의 영장, 악마를 숭배하는 멍청한 짓거리를 한다지만, 어찌 되었든 지성의 집합체 아니겠는가? 악마는 사탄님에게 받은 ‘내 짬밥에 이런걸 내가 가야겠냐?’의 내리갈굼을 생각을 한다면 지금 당장 눈앞의 인간들을 모두 땅 어딘가에 깊숙이 쳐박아 버리고 싶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대화를 시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후… 니들이 사탄님을 왜 숭배를 한다고?”
“이미 인류는 타락했습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이름을 빌려 사리사욕을 채우고, 인간들을 서로를 미워하며 해칩니다. 사탄님께서 이 썩어 문들러 빠진 인류를 지워 버리시고 다시금 세상을 바로 세워 주십시오!”
악마는 어디서부터 반박을 해야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 상황에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하나님의 피조물에 함부로 손을 쓸수는 없는 노릇, 무엇보다 나중에 쓸 시말서가 두려웠습니다. 악마는 무지몽매한 어린아이 상대로 대화를 한다고 생각하곤 하나하나 차근차근히 대화를 이어 나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 그럼 하나만 물어보자, 너네는 이걸 하나님이 모른다고 생각하니?”
“아닙니다. 아시겠지요. 하지만 아심에도 가만히 둔다는 것, 이 모든일을 아시면서도 천벌없이 부귀영화를 누리며 산다는 것이 저희가 분노한 이유입니다.”
악마는 이놈들이 성경을 제대로 읽기는 한것일까, 악마 본인은 왜 이러고 있는 것일까, 선악과를 왜 먹여서 이 고생을 사서 하게 된 것일까, 이것또한 하나님의 안배 인것일까, 어째서 내가 시험을 해야하는데 인간들이 나를 시험할까, 지금이라도 자비로우신 하나님에게 달려가서 666개의 직장내 서러움과 힘듬을 고해야 할까, 아니 그랬다가는 상사인 사탄님에게 빨래 짜듯 13번 둘둘 돌려줘 탈탈 짜질것을 알기에 다시금 악마는 정신을 부여잡고 설명을 시도해 보여 하였습니다.
“하… 인간들아, 첫째로 타락한 교회라고 했는데, 그거 우리가 유혹해서 시험에 들게 한거고, 개네는 유혹에 빠져 타락한 거거든? 성경에서 하늘이 마르고 닳도록 이야기하는 그 하나님의 나라, 그니까 천국행은 이미 서류 탈락이라는 말이야, 무엇보다, 그것들의 영혼은 나중에 지옥 밑바닥에서 사탄님이랑 진득하게 영원히 면담해야 하거든? 그리고 애초에… 우리 악마들의 담당부서가 그거라고, 너네들 타락 시키고, 시험에 들게하고 그런거… 그래 너네들은 지금 너네들이 말하는 참교육? 정의구현? 이런걸 원하는거 같은데, 그건 너네들이 해야하는거고… 하나님이 괜히 옛날 옛적에 너네들한테 자유의지인지 뭔지를 괜히 줬겠니..?”
악마의 퇴근을 원하는 간절한 설명에도 인간들은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는 표정으로 악마에게 물었습니다.
“그들은 결국 하나님을 믿는다는 이유로 용서를 받는거 아닌가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희는 사탄님을 불렀지 당신을 부른게 아닙니다. 분명 사탄님께서는 저희를 이해 해주실거고, 사탄님께서 이 세상을 완전히 불태워 버리시면, 남은 저희들이 그곳에 사탄님을 위한 근사한 신전과 평화를 가져올겁니다.”
악마는 자신에게 ‘상사 불러와’를 하는 인간들의 모습과, 사탄님과 평화를 같이 말하는 모순적인 모습, 무엇보다 하극상을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그들의 모습에, 솔직히 이 정도면 지금 당장 나무 말뚝에 묶어 지난 몇백년간 행하지 않은 인간 직화구이 웰던으로 구워버려도 용서 받지 않을까? 하는 잠시간의 고민이 들었지만, 사탄님께서 그럼에도 하나님의 그니까 상사님의 프로젝트이니 잘 어르고 달래서 보내라는 그 말에, 악마는 몰려오는 직장내 스트레스에 차라리 불교라던가, 시크교라던가, 어딘가에 다른 종교에 진지하게 이직을 하고 싶었지만, 어찌 결국엔 악마 본인도 하나님의 피조물 이기에 이직을 결정하는 순간, 하나님은 사탄님을 갈굴것이고, 결국엔 악마 본인은 세갈래로 갈라져 소멸할것이 뻔한, 선택권조차 없는 불쌍한 직장인일 뿐이니… 악마는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금 천천히 설명을 시작 하였습니다.
“자… 인간들아 사탄님이 어디 뉘집 개 이름이니? 니들이 부른다고 오게? 왜 내가 왔는지 생각이란걸 좀 해줄래? 그리고 말이야, 그래 막말로 사탄님이 갑자기 정신줄을 훽 놓으시고, 하나님의 최종 결제도 없이 이 세상을 불태워 버린다- 가정을 해 보자고, 사탄님께서 너네를 살려둬야 할 이유가 뭐가 있니? 어차피 결제도 없이 마구잡이로 불태울거 하나도 남김없이 깔끔히 싸그리 태워야 속이라도 편하지 않을까?”
악마는 어느때보다 인내심을 발휘를 하였습니다. 물론 인간들은 여전히 납득을 하지 못한다는 표정으로 멀뚱히 악마를 보고 있었습니다. 악마는 한숨을 푹 쉬면서 말을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너네 이제 이짓거리 좀 그만 둬 주면 안 되겠니? 하나님이 이러라고 준 자유의지가 아닐텐데 말이야. 너희들 말고도 안 그래도 여기저기서 사탄님 앞으로 민원서류인지, 악성스토커 펜팔인지 뭔지 모를 것들이 잔뜩 날라와서 사탄님이나 우리 부하직원들이나 피곤해 죽어 나가는데 말이야. 그나마 하나님은 부하 직원이라도 많지 우리는 직원도 부족하단 말이야… 그만 보내… 마지막으로 할거면 제대로라도 하던가… 역십자가는 성인 베드로, 그 양반 거거든? 사탄님을 부르고 싶은건지 쫒고 싶어하는건지… 뭘 하든 하나만 하란 말이야… 그거때문에 관할 혼선와서 더 죽을 지경이거든? 이왕이면 안 하면 더 좋고.”
인간들은 악마의 말에 발끈하며, 버럭하고는 악마의 말에 반박을 시작 하였습니다.
“당신 악마 아니지? 역십자가는 언제나 항상 악마의, 위대하신 사탄님의 상지이라고! 얼른 눈앞에서 사라져라! 이 악마의 거죽을 뒤집어 쓴 천사 자식아! 우리는 사탄님을 모시는 자들이다! 물러가라!”
악마는 다시금 원점으로 회귀를 한 이 상황에, 천사의 거죽을 뒤집어 쓴- 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발상에, 성경 한줄, 십계명 한줄도 모를것 같은 저 인간 본인들이 만든 별별 시덥지도 않은 미디어로 세상을 보는듯한 저 무지한 태도에, 악마는 눈앞이 새하애 졌습니다. 악마는 두눈을 질끈 감고, 본인들의 말이 옳다고 여저히 마구 짖어되는 저 인간들에게, 다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설명을 해야할지, 차라리 한번 엎어버릴까, 저렇게 사탄님을 만나고 싶어하는데 미친척하고 사탄님 앞에 데려가서 지옥불 면담이라도 하게 해 줘야하나와 같은 실현 불가능한 고민을 하며, 자신에게 이따위 시련을 선사해준 하나님이나, 아무리 힘들다지만 일개 말단 직원에게 뒷처리를 시킨 사탄님을 원망 아닌 원망을 하며, 마지막 인내심을 쥐어 짜내어 질끈 감았던 두눈을 떳습니다. 하지만 이게 웬걸, 악마의 눈앞에는 그 빌어먹을 인간들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보이지 않고 백색의 새하얀 공간만이 두눈 앞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악마는 드디어 자신이 소멸을 한것일까 생각을 하였습니다. 인자한 미소를 머금은 한분과, 억지로 웃음을 참느라 양 입술 끝이 들썩거리는 한분이 시야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악마는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에 한숨을 푹 쉬었습니다. 인자한 미소를 머금은 한분이 악마를 위로하며 말했습니다.
“고생했네, 고생했어.”
악마는 그 따스한 위로 한마디에 턱끝까지 차 올랐던 서러움이 차츰 사라지는 기분 이었습니다. 결국 참지 못하고 숨 넘어가게 웃는 그분을 보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크하하, 너 말이다. 내가 창조했지만 참 재밌는 녀석 이구나! 너의 그 인내심은 창조주인 내가 칭찬하마!”
악마는 자신의 창조자이자, 어버이인, 그리고 이 모든일의 원흉인 하나님을 보고있자니, ‘차라리 한대만 시원하게 갈기고 소멸할까?‘라는 생각이 왜인지 나쁘게 않게 느껴졌습니다.
“또또 불경한 생각을! 그리고 말이다 어린 염소야, 저들이 멋대로 저러는걸 내가 어쩌겠니? 나도 애초에 이렇게 확장할 생각은 없었는데, 인간들이 허락도 없이 마구 분점을 늘리는걸 어쩌겠니. 안정이 될때까지는 너네가 조금 더 고생을 하는수 밖에, 미안하지만 어쩌겠니. 매번 세상 창조는 누가 했네 어쨋네 하면서, 정작 중요한 내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잖니? 그래서 관리자라고 아들래미 한명 쓱 보냈더니, 매니저라고 쓴다던 애가 배신해서 아들래미를 십자가에 매달지를 않나… 예수 그놈도 그래, 힘들면 적당히 하고 퇴근하라니까, 뭔 자기가 다 책임 진다고 그 무거운 그걸 질질 끌고서는… 다들 왜 그렇게 멋대로인지 내가 지침이라고 사칙도 딱 정해줬는데 말이야. 에휴… 부처, 나도 너처럼 각자 깨닫음을 얻어서 성불이나 하라고 할걸 그랬어, 나는 소박하게 에루살렘에서 조용히 가르침이나 주고 싶었는데 말이야. 하여간 인간들이 멋대로 나불거리면서 여기저기 영업하고 다니는 바람에 우리 직원들이 다 고생이지…”
하나님의 말을 들은 인자한 미소의 부처님은 하나님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를 하였습니다. 하나님은 그 위로에 더욱이 분통이 터졌는지, 현지화 정책의 일환으로 열심히 준비한 이슬람과 크리스챤은 왜 그리도 못 잡아 먹어 안달이냐고, 차라리 미허가 분점, 본인들이 내 아들의 환생이니 뭐니 이야기하는 것들이나 단속하지 왜 애먼곳에 분풀이를 하는건지 모르겠다는 둥 투덜거리는 하나님과 그 옆에서 묵묵히 들어주는 부처님의, 위대한 두 존제의 모습을 보며 결국엔 저 분들도 진상 고객, 민원인들에게 시달리는 직장인이구나라는 생각에 악마는 내면의 무언가가 밝게 게이는 기분 이었습니다. 한참을 떠든 하나님과 부처님이 다시 악마쪽을 보았을때에는 온세상 직장인들의 애환이 담긴듯한 작고 서러워 보이는 사리만이 외로이 남아 있었을 뿐 이었습니다.
2026년 8월 19일 수요일
어찌저찌 살다보니 호주까지 왔습니다. - 그렇게 또 한달이 흘렀다.
2026년 7월 17일 금요일
어찌저찌 살다보니 호주까지 왔습니다. - 살어리엇다 살어리엇다… 흘러가듯 살다보니 어느새 7월 중순이다.
이방인의 삶 - 다시 시작하는 호주 블로그
안녕하세요. 블로그 주인장 입니다. 고민 끝에 제 블로그의 호주 포스팅 시리즈였던, 어찌저찌 살다보니-를 갈아엎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간단하게 설명을 드리자면, 제가 쓰는 작문 스타일과 블로그 포스팅을 위해 쓰는 작문 스타일...
-
지금이 몇년도인지는 모른다. 아버지 말마따나 아 2100년쯤? 되었을 것이다. 이마저도 정확하지는 않는것이, 아버지는 지난 몇년간 치매와 비슷한 뇌질환을 겪고 있기에 저 년도가 제대로 되았다고 생각하기는 어렵기 떄문이다. -가끔씩은 스스로도 잘 기...
-
안녕하세요. 주인장 입니다. 근래… 너무나도 바빠서 결국 저번주 한주는 그냥 쉬어 버렸군요… 하하하 이것이 유학생의 고통 아니겠습니까? 쪽지 시험이 왜 이리 많은지… 하여간… 그 와중에도 이래저래 먹고, 산책하고…. 아무튼 근황 이야기… 라고는 하지만...
-
어느 세상의 끝자락 한 악마가 있었습니다. 악마는 언제나 배가 고팠으며 악마의 배고픔을 채울수 있는것은 세상 그 어디에도 있을거 같지 않았습니다. 악마는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세상을 바라보며 어느 맛있어 보이는 영혼을 가진 인간 하나를 찾았습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