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해조차 뜨지 않은 시간, 나는 힘겨운 숨을 몰아쉬며 침대에서 눈을 떴다. 나의 갸날프고도 질긴 생명려은 지치지도 않는지, 나를 오늘 또 하루 일어나게 만들었다. 나의 정신이, 나를 바닥으로 내던지기 전에 차라리 다시금 시꺼먼 수렁속으로 다시 숨는것이 좋았기에, 눈을 지긋이 감았것만, 내 정신은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고 나를 차가운 바닥으로 내던졌다. 유일한 피난처마저 스스로 들어가지 못하는 나 스스로를 원망하며 침대 옆 아무렇게나 놓아둔 담배부터 찾았다. 비틀비틀, 힘겹게 발을 옮겨 밖으로 느릿하게 나갔다. 담배를 한대 꼬나물고는 불을 붙이곤, 깊게 들이 마셨다. 폐포 하나하나, 몸속 여기저기 별별 좋지않은 것들이 퍼져 나가는것이 느껴졌지만, 개의치 않고 더욱이 깊게 들이 마셨다. 분명 예전에는 누군가 나에게 몸에 안 좋다고 끊으라고 말해주던 이가 있었던것도 같지만, 타닥거리며 줄어드는 담배처럼, 내 머릿속 관념 하나하나, 생각 하나하나, 가정 하나하나 작은것 하나 조차도 무감각 해지고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무감각, 누군가에게는 저주 일지도 모르나, 나에게는 유일하게 허락된 축복, 나는 조금이라도 더오래 무감각해지기 위해 담배를 한대 더 꼬나물었다. 반쯤 몽롱해진 정신으로 집으로. 적막하고 쌀쌀한 집으로 들어왔다. 나의 집은 언제나 지나칠만큼 조용하다. 그도 그럴것이, 나는 지난 10년간 모아온 돈을, 이 고요한 집을 짓는데, 그 누구도 오다니지 않는, 제일 가까운 마을도 자동차로 3시간을 달려야 겨우 보이는, 그런 외딴 섬과도 같은 곳에 집을 지었기에, 간혹 들려오는 들개가 구슬프게 우는 소리나, 부엉이가 여기저기 산책을 거니는 소리 외에는 별다른 소리를 들을수는 없는 장소였다. 이런곳인 만큼, 땅에 붙여진, 마구 휘갈겨 쓰여진 숫자의 자릿수도 적었기에, 나는 내가 가진것 이상의 숫자놀음을 하지 않을수 있었고, 그덕에, 나는집 뒷구석에 꽤나 넓다란, 정원을 얻을수 이었다. 나는 몸에 덕지덕지 뭍은 담배의 시체조각들을 털어내며, 뒷정원으로 향하였다. 정원에는 몇몇의 닭들이 자리를 잡고는 자신들만의 작은 세상을 탐닉하고, 가끔은 다투기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나는 그런 닭들의 신을 자처하며, 어딘가 한구석에 아무렇게나 놓아둔 닭들의 양식을 여기저기 뿌려주었다. 닭들의 정신이 온전히 그들의 양식으로 옮겼을떄, 나는 순식간에 도둑으로 변모하여 닭들의 미래가 깃든 알들을 훔쳤다. 나는 집으로 들어와, 일말의 가책도 느끼지 않고, 알들을 풍덩풍덩 끓는 물에 수장을 시켰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4개의 알, 나는 하얗게 식어 버린 알들을 무동의 윗속으로 억지로 쑤셔 넣었다. 그저 그렇게 의미도 무엇도 없는 하루는 담배 연기와 함께 흩어졌다.
-이틀-
자연이란 신비로운 것이다. 비루한 내가 이 작다면 작은, 크다면 큰 공간에서 별다른 움직임도 없이 바람결에 흔들리는 잔풀과 같이 살아감에도, 거대한 자연은 지치지도 않는 몸을 움직이고 움직여, 또 다시 또 다른 날을 나에게 떠넘겨 주었다. 여전히 무거운 두 눈을 억지로, 힘겹게 뜨며, 강제로 선사된 날을 힘겹게 받아들였다. 가능만 하다면, 이런 날 따위는 어딘가, 깊숙한 곳에 꾹꾹 눌러 담아버리곤, 다시는 찾고 싶지도 않지만, 그런 꿈과 같은 일은 전지전능 하다는 신 말고는 아무도 가능하지가 않기에, 그렇기에 세상을 외면하고 싶어 두눈을 지긋이 감으며, 버거운 자연의 선물을 거절할려 하였것만, 뒷정원의 닭들은 유감스럽게도 힘차게 나에게 선물이 왔음을 알렸다. 나는 더 이상의 거절은 하기에는 염치가 없음을 깨닫고, 선물을 받아들고는 딱딱한 석고마냥 굳어버린 몸을 일으켰다. 나는 언제나, 늘 그렇듯이 옆자리에 아무렇게나 놓인 담배를 들고는 뒷마다으로 나섰다. 밤사이에 무엇을 얼마나 한것인지, 나에게 연신 배를 채울 양식을 달라며 재촉을, 마치 나에게 빌기라도 하듯 연신 날개를 퍼덕거리는 모습이 퍽이나 가엽게 보였기에, 나는 얼른 그들의 이용한 양식을 한가득 건내 주었다. 닭들이 정신없이 먹는 모습에, 괜스레 뿌듯하기도, 부럽기도한 묘한 마음에, 나는 담배를 한대 꺼내 물었다, 공허한 머릿속 에서는 나또한 무언가를 섭취를 해야한다는 딱딱하고 바싹마른 의무론적인 외머디 외침이 머릿속 여기저기를 퉁퉁 울려 되었지만, 나는 별다른 감상조차 없이 하늘로 올려 보내는 향과 함께 흐쳐 보내었다. 그렇게 멍하니 하늘을 유영하는 회색빛 구름을 멍하니, 하염없이 바라만 보다보니 어느덧 무의미하게 시간을 공허히 보내었다. 나는 비적비적 이층의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수많은 책들이 하늘 높은줄 모르고 어지럽게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나는 아무렇게나 방 어느 한구석에 몸을 던져 넣고는, 힘없이 웅크려서, 파리리 떨리는 손으로 아무 책이나 집어 펄쳤다. 책이 어떤 내용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책속에 글씨는 둥둥 떠다니는 듯, 눈앞에 어른어른 거렸고, 나는 그저 그 글씨들을 양손 가득 붙잡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너무 비어버려 작은 바람조차, 작은 그늘조차 지지 않는, 지독하게도 비어버린 머릿속 공허속에 집어 던졌다. 내 머릿속 공허는 나의 무의미한 삶 만큼이나 비어 있었다. 매일매일 어거지로 무언가를 채우려 하지만, 그저 하친의 의미도 없는, 마치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허우적 되는 꼴 이었다. 어느 예술가나 철학자들은 그런 의미 없는 몸부림 마저도 의미를 찾으려 할수도, 의미를 부여 할수도 있겠지만, 그 마저도 뭉가 깊이 사유할수 있는 자들의 전유물, 내게 있어서는 그러한 사유는 사치이자 불가능한 일일터였다. 분명 어느날의 나는 그런 찰나의 사유도, 찰나의 영감도 무시 못하고, 마구잡이로 글을 써내려가기도, 그러한 시간을 즐기며 나름대로의 삶의 형태를, 의미를 찾고자 노력했던 날도 었었던 것도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날의 나는 민들레 홀씨마냥 거센 바람에 흩어져 버렸고, 그 바람에 몸을 늬이고는 그저 의미없는 시간만 두둥실 흘려 보낼 뿐 이었다. 이렇게, 그렇게 나는 오늘도 나를 차츰 잃어갔다.
-사흘-
매일 끝도 없는 시간 동안, 빠짐없이, 늘 새로운 날을 시작되었다. 물론 나에게 있어서 ‘새로운’이라는 말은 그저 관념적인 표현 이지만 말이다. 나의 이 작은 집에서는 시간을 가늠하게 하는 그 어떠한 것도 없다. 흔히들 있는 작은 탁상 달력도, 작은 알람 시계도 없다. 외부에 항상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라고 넥타이를 찬 이들이 말하는 필수품인 핸드폰 마저도 나에게는 없었다. 그저 거실에 나를 닮아, 시간의 풍화를 맞고 잊혀지고, 사라지길 기다리는, 얇디얇은 선으로 간신이 삶을 유지하는 오래된 다이얼 전화기만이 이 집의 유일한 전기로 움직이는 무언가 였다. 홀로 외로이, 주변에 남은것 없이 사는 나로써는 전화라는 것은 있으나 없으나 하는 물건 이었지만, 이 사회라는, 반강제적 무리사회를 종용하는, 이 시스템은 나를 어떻게든 무리에, 검회색빛 사회에 속하게, 나를 검은빛 도심에 두려고 노력하였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이 나의 삶을 궁금해 하지는 않았다. 그저 주기적으로, 나의 미약한, 작디작은 숨이 끊어 지지는 않았는지, 그저 나의 한줌 숨이 사라지고 나면, 내가 살아가는 이 고요하고, 외로이 흘러가는 이 공간을 다시금 그들의 일부로써 사회라는 공간에 다시 소속 시킬수 있지 않을까하는 소망에서, 이젠 지긋지긋한 사회와 무리, 가족 같은 것들과 저 멀리 떨어져있는 나의 미약한 호흡을, 그들이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간, 오늘 나의 시간은 그러한 전화로 부터 시작이 되었다. 내 귀를 지나칠 정도로 세게, 이 공간의 고요를 가만두지 못 하겠다는 듯 강하고 시끄럽게 울리는 소리에 나는 미적지근하게 꾸물거리며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마치 설탕과 버터를 1:1 비율로 섞은듯한 목소리의 사람이 내가 듣는지 안 듣는지는 상관조차 하지 않는 것인지, 내가 수화기를 들어 올렸다는 사실만을 확인한채, 그저 여러 문장들을 마구 나열하였다. 한참을 나에게는 닿지도 않는 수많은 문장들을 나열하고는 마침내 자신의 말이 끝났다는 듯 깊고도 긴숨을 몰아 마시고는 내게 물었다. 그래서 근래의 나의 몸상태는 어떻냐고 말이다. 나는 늘 시간이 내게 가져오는 선물처럼 반복되고 일관되게 그저 그렇게 산다고, 흐르듯이 이야기 할 뿐 이었다. 수화기 너머의 사람은 내 대답 이후에도 뭐가 그리 준비한것이 많은지 불어 넘치는 홍수마냥 끝없이 말을 흘려 보내었다. 그 사람은 나에게 규칙적인 생활이 중요하다는 말을 끝으로 일방적인 말의 나열을 끝내었다. 시끄럽게만 느껴졌던 수화기의 메아리가 멈추자, 나의 세상은 고요와 적막만으로 가득하게 차올랐다. 이런 의미없는 전화라도, 때로는 봄날에 소나기처럼 반갑기도, 때로는 우산 없이 맞는 장마비처럼 귀칞기도 하였지만, 늘상 고독하게 사는 나로써는 내가 세상에 여전히 존재한다는 여부를 알리는 유일한 이였다. 한때는 그마저도 싫어, 저 한줄로 버티는 전화기를, 저 생명줄을 잡아 뜯어, 더 이상 살아가지 못하게 할까, 고민을 하였던 적도 있었다. 내가 차마 그러지 못 하였던건, 첫째로는 나에게 주기적으로 무작위의 문장들을 배열하는 이가, 내가 이땅에 발 붙이지 있지 않고 있다 라고 판단하여, 검은옷을 입은 차디차고 부수어지지도 않을거 같은 이들을 잔뜩 몰고 올까하는 우려가 첫째 이유요, 둘째로는 저 전화기는 홀로 외로이 이곳에 심어져 있는 나와 바깥에 온갖 바깥의 온갖 식물과 바위들 바람과 같이 흐르는 요란한곳을 이어주는, 마지막 수단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가 둘째요, 마지막으로는 저 전화는 나를 닮아 한가닥 얇은 실에 의지하여 이 난감한 세상을 살아가는 것 같아, 한낱 내가 느끼는 동질성과 동정심이 마지막 이유 였다. 나는 언제나 세상을 등지고, 언제나 시끄러운 세상을 벗어나, 고요하고 적막한 어느 한 구석으로 떠나고 싶어 하였기에, 나는 흘러흘러 나무 한그루 정도만이 외로이 자랄수 있는 이곳에서 나는 나의 얇고 가는 뿌리를 조심스레 내렸다. 그럼에도 세상은 내 뿌리를 뽑아 요란스런 세상에, 온통 검었기만한 세상 한 구석에 나를 옮겨 심고 싶어 하였고, 나는 그런 세상을 역겨워 하면서도, 미약하게 나마 그런 세상에 미련을 가졌고, 필요로 하였다. 그런 허울 좋은 핑계로 나는 전화기의 찢어질듯한 절규를 무시하고, 고개를 돌려 그저 조그마한 볕뉘조차 들지 않는 방의 조그마한 구석을 응시 할 뿐이었다. ‘고용하다, 적막하다.’ 나는 세상을 등지고 이 두단어를 얻었다. 나는 그저 멍하니 삐그덕 거리는 낡은 의자에 앉아 그런 고독감을, 홀로 거니는 이 시간을 좋아 하였고, 이런 텅 비어있는듯한 기분이 괜스레 나를 울렸기에 나는 이 비어있는 시간을 좋아하였다. 빈시간에는 역시 독서만한게 없었다. 언제나와 같이 나만큼이나 낡아 쿰쿰한 향이 나는 책을 문장 하나하나, 단어 한자한자, 탐미하며 허무하고 공허한 날의 일순간의 의미를 잠시간이나마 부여 하고는 하였다. 매순간이 텅빈, 공백만이 있는 삶의, 찰나의 의미가, 파문을 일으킨다 한들, 나 삶의 텅비어 가벼운 내 삶은, 다만 몇초라도 채워줄수 있다면, 나는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생각이 들었다.
-나흘-
오늘은 오랜간만에 세상으로 잠시 나가는 날이다. 얼마 만인지는 잘 모르겠다. 집에 그 흔하디 흔한 작은 시계도, 달력도 없으니, 내 뒷마당이 세상 전부인 닭들이 새로운 해가 도착을 했음을 알리고, 간혹 바람따라 지나가는 부엉이가 밤을 알렸다. 그저 그렇게, 무던하게 흘러가는 세상을 안개 낀 눈으로 간신이 간망할 뿐인 나에게 있어 시간은 그저 흘러가는 공기속 먼지와도 같았다. 아무튼간, 공기의 높낮이가 마지막 외출 이후로 꽤나 산등성이 밑으로 흘러 내려 갔으니, 필시 몇달이고 지난것은 분명 하였다. 나는 집안 어딘가에 놓아둔, 자동차 열쇠라 부르는 조각도를 집어 들고는, 집앞 길가에 아무렇게나 조각해 놓은, 여러 돌들이 섞여 얼룩덜룩한 작은 자동차에 몸을 우겨 넣었다. 나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행위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그다지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 하였다. 자동차 내부에서 일어나는 나의 모든것들은 삐걱 거리며 겨우겨우 힘겹게 돌아가는 세상과 별반 다를게 없었으니 말이다. 나는 챙겨온 작디작은, 주머니속 작은 금속 조각으로 이루어진 조각도를 작기는 매한가지인 조각 구멍에 밀어 넣고는 돌렸다. 깊게 잠들어 있던 커다란 조각 덩어리는 자신의 중심부에 거대한 물줄기를, 발작하듯 쏟아내며, 지난 못 쉬었던 거친 숨을 몰아 쉬기 시작하였다. 나는 덩어리에게 세상으로 향하자는 신호를, 명령을 억지로 집어 넣어, 덩어리는 덜컹거리며, 스물스물 세상으로 기어가기 시작하였다. 세상으로 향하는, 덩어리 속에, 세상을 관망하는 작은 눈에 보이는 풍경은, 거대한 세상으로 향할수록 생기를 점진적으로 잃어갔다. 덩어리는 그런 세상이라도, 달리는 것이 좋은것인지, 회색빛 서풍을 타고는 더욱더 빠르게 세상을 향해 달렸다. 주변 풍경이 완벽하게 흑백이 되었다. 겨우 밝고 어두운 것만을 구분할수 있을 정도의 명암, 나는 세상 어느 한구석에 조각 덩어리를 아무렇게나 던져 두고는, 내몸을 최대한 작디작게 줄인채 세상으로 한 발짜국, 한 발짜국, 끈적하게 얽혀오는 세상에 남겨둔 미련을 떨쳐 버리곤 목적지로 발걸음을 내 딛었다. 목적지는 직사각형 입방체에, 직사각형 구멍이 여기저기 뚫린곳, 구멍마다 석탄같은 흑색의 무언가가 계속하여 지속적으로 마구 움직이는 정신없는 곳 이었다. 나는 뻥 뚫린 사각의 구멍으로 몸을 잽싸게 넣었다. 공간 안에는 여기저기 바쁘게 무언가를 하는 검은 무언가가 돌아다니고, 나는 최대한 피하고 피해, 시선을 피하며, 거대한 돌판 앞에 줄줄이 앉아있는 검은 무언가들 중 하나에게로 다가갔다. 나에게 연신 무어라 말을 하는 어떤것에게, 나는 그저 품속에 접어 가두어 놓은 나의 비명 한 조각을 건내었고, 찬찬히 나의 비명을 엄격하게 뜯어보곤, 또다른 새로운 비명 한 조각을 건내 주었다. 나는 그 새로운 비명에 내 이름을 아무렇게나 휘갈겨 쓰고는, 어둡고, 답답한, 그 공간에서 뛰쳐, 도망치듯 나왔다. 나는 내 손안, 스스로 저물지 않았다는, 또 다시 나의 뿌리를 여전히 땅속에 박아 넣고 있다는, 자발적으로 자신의 한가닥 선도 끊지 못하는 무생물과도 같은 나의 일말의 가치가 담긴 비명을 작게 꾸깃꾸깃 접어 다시 품속, 가슴속 깊은곳에 던져두고, 흙을 덮고, 거친발로 꾹꾹 눌러 다져, 안 보이게 가두고 외면하게 두었다. 나는 또다른 작은 직사각형 입방체에, 조금전에 간곳보다는 훨씬 작은 곳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는 들어갔다. 나는 그저 입구 근처 또다른 검은 무언가에게 숫자와 어느 무언가가 잔뜩 그려진 얇게 저며진 어떤것의 포를 몇장 건내주곤, 담배를 잔뜩 받아 나의 엉망인 조각 덩어리로 걸음을 옮겼다. 나는 담배들을 덩어리 내부에 던져두고는, 딱딱하게 굳은 조각에 앉아 한숨을 푹 내쉬었다. 바깥의 미련은, 나를 세상에 잡아두기 위해서인지, 내가 부른것인지, 끈질기게 여기저기 들러붙어 나에게 아련한 그림움을 품게 만들었다. 나는 서둘러 덩어리의 단잠을 꺠우고는, 세상을 등지고, 나의 작은 아지트로 떠나갔다. 작디 작은 나의 도피처에서도 미련이, 애처로이, 찬란히 빛낸 그리움이 여전히 공허이 피어올라, 나는 그저 피하고 피해 담배에 다시, 또다시 불을 붙일 뿐 이었다. 여전히 변하지 않은 내 시선속 회색빛 하늘로 흩어 사라지는 담배 연기에, 그리움을 꼭꼭 묶어, 멀리멀리 날려 보내었다. 나는 허무이 하늘로 흩어지는 회색빛 연기를, 그저 단 하루라도 나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아름다이 빛날 인생을 허공에 그리며, 그저 그렇게 애꿎은 담배만을 깊게, 더욱이 깊게 숨이 더 이상 허락하지 않을때까지 들이 마셨다.
-닷새-
유난히도, 문득 몸을 가누기 힘든 날이다. 전날의 고된 고행 탓인지, 아니면, 오래도록 태워온 담배의 영향인지, 온몸에 덕지덕지 들러 붙은 시꺼먼 감정들은 나를 끝도 없이 끌어내리며, 나를 더욱이 깊은 수렁으로 끌어 내렸다. 무겁디 무거운 몸뚱이를 억지로 바로 일으켜 세워, 멍하니 네모난 틀안에 같힌 수묵화를 지긋이, 불어오는 얇은 바람을, 뜨거운 머리를 식히며 잔잔히 멈출 기미도 보이지 않는, 그저 흘러만 가는 세상을 지켜 보았다. 지끈 거리는, 마치 폭풍우라도 치는듯한 머리를 감싸 지고는, 또다시, 다시금 지독한 담배를 집어 들었다. 연신 쿨럭 거리면서도, 하얗게 세어 힘없이 떨어지는 담배재 마냥, 스스로의 불빛도, 남은 시간도, 자신의 세상도 하얗게 세어 힘없이 떨어지는 것을 모르는것인지, 신경을 쓰지 않는것인지, 나 스스로도 모른채로 그저, 그저 희뿌연 연기만을 공기중에 흩뿌렸다. 담배의 온갖 몸에 안 좋다는 것들이, 흡사 악마와도 비견되는 것들이, 나의 머리를 조금이나마 가볍게 만들어 주었다. 나는 미련히도 자리에서 일어나 나의 작은 세상으로 나섰다. 작디 작은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것들을 위해 낱알들을 뿌리고, 땅이 촉촉히 비도 내려 주었다. 분명 별것 아닌 일 임에도, 숨이 턱 끝까지, 바람 앞 촛불처럼 위태로이,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차라리 이럴때, 수면이라도 깊게 허락이 되었다면, 하곤 이루어지질 않을 허무한 소원만을 읊조리며, 작은 세상을 관망 하였다. 나는 또 다시 나의 작은 책방에, 나에게 허락된 유일한 쉼터로 숨어 들었다. 어지럽게 늘어진 책들, 구분도, 분류도 없이 그저 쌓인 책들의 도시, 나는 그저 그안에 숨어들어, 나에게는 어쩌면 영원히 오지않을, 아니, 생각해 보면, 애초에 존재조차 하지 않았을, 평안한 안식을, 영구한 휴식을, 다시 돌아오지 않을, 있지도 못한, 따스한 소멸을 그저 기대하고, 인내하고 있을 뿐 이었다. 언제부터인가, 그저 멍하니 책을 붙잡고 보는것이 내게는 유일한 쉼이 되었다. 왜 인지는 모르겠다. 그저 책에 몰두할수록, 세상과는 단절되는 기분 이어서 그랬던 것인지, 아니면, 고개를 아래로 쳐 박고 책속으로 도망치는 것이 좋았던 것인지, 평생을 책을 읽으면서도, 답을 얻지 못한채로, 나는 또다시, 어지럽게 나열된, 단어, 문장, 문단 속으로 덧없이 뛰어들어 방황 하였다. 문득 잠이 든것인지, 나는 하얀꽃들이 가득 피어있는, 어느곳에, 어두운 밤하늘에는 새하얀 둥근 달이, 나는 내 발아래 만개한 새하얀, 마치 눈과 같은 바람꽃을, 나를 놀리기라도 하듯, 은은하게 풍기는 꽃내음에, 기다린듯 나를 잡아 끄는 미련에, 나는 그저 웃음을, 숨을 쉬는것조차 잊을정도로, 그저 웃었다. 눈을 뜨니 작은 창 너머로 하얀 달빛이, 일렁이며 나를 비추었다. 여전히 꿈속에 번진 향에 취해 있는것인지, 나는 비틀거리며 문을 열었다. 차가운 바람이 나를 스치듯 때리고 지나갔다. 나는 한대, 또 한대, 또 다시 한대, 독하디 독한 담배를 연달아 피우며, 이젠 끝나지 않을 밤을, 맞이하며, 담배연기에 내 마지막 색을 실어 멀리멀리 올려 보내었다.
-엿새-
아침에는 언제나 몸이 무거웠다. 어쩌면 오늘이 더욱, 유난히 더 그런지도 모를 일이다. 한숨을 푹 몰아쉬며, 너무나도 이르게 지친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암전된듯, 새까만 색의 세상은 시리고 날카로운 바람을 내게로 뱉어내었다. 나는 따스히 나를 품어주던 침대에서 벗어나, 주방으로, 차가운 물을 연겨푸 속으로 쏟아 부었다. 이미 져버려, 뿌리마저 말라 비틀어진, 식물에 물을 주어봐야, 구멍난 컵에 물 붙기 같은 것 이겠지만, 잠시간 수분을 머금고, 잠깐 이지만 눈을 촉촉히 적시기에는 충분 하였다. 나는 일순간 이지만, 미약한 기운이 생긴 몸을 이끌고, 언제나처럼 뒷마당으로, 세상에서 유일무이하게 나를 기다리는 그들에게 일용한 양식을 대강 베풀어주고는, 매정하리마치 뒤돌아섰다. 그들은 나에게는 한낱 관심조차 사치라는 듯이, 고개마저 돌리지 않고, 오로지 그들의 배를 채우는데 급급하였다. 그래, 그들은 나를 기다린 것이 아니라, 그들의 배를 채울 무언가이면, 어떤 것이든, 기다리고 고대할것이 자명해 보였다. 나는 어쩌면 지독하게도 당연한 사실을, 외면 하고 싶었는지도, 나는 허울과 거짓뿐인 삶을 잘근잘근 곱 씹으며, 또 다시 나 스스로를 처절하게 저주하며, 또다시, 또다시 그저 깊은 한숨만을 내쉬며, 자기 스스로, 자발적인, 스스로 안식마저 가져오지 못하는 자신 스스로의 나약함과 무기력을 한심스레 한탄하며, 그저 그렇게 한치의 의미도 없이, 걸음걸음 내딛으며, 영혼 없는 삶을 가까스로 붙잡고 있을 뿐이었다. 더 오랜 시간 걸음을 가진다한들, 이미 지나온 걸음들을 돌이켜 보아도, 이미 더 이상의 여정은, 이 이상의 존재가 허무하리만큼 공허하지만, 그럼에도 스스로 걸음조차 통제하지 못하여, 그저 이 작디 작은 세상 속에서, 스스로를 가두고, 외면하고, 피하며, 하염없이, 그저 속절없이 흘러가는, 이 세상이 나의 호흡을 끊어, 나에게 영원한 휴식을 가져와 주기만을 기다리는, 나약하고 나약한, 고독하고 공허한, 한심하기 그지없는 나는, 그저 스스로를 혐오하고 미워하며, 또다시 길다란 담배에 불을 붙이는 그런 인간일 뿐, 꺼먼, 어쩌면, 내 폐, 내가 살아 숨쉬는 세상마저 검게 물들일거만 같은 어두운 담배연기가 나의 온몸을 훍고 지나가고, 깊게 들이쉬면 들이 쉴수록, 잠이 깨면서도, 동시에 잠이 드는것만 같은 아련몽롱한 기분에, 그저 초점없는, 아무것도 담지 않는, 멍한 눈을, 지긋이 감으며, 또 한번의 시간을, 또 한번의 바람을, 또 하나의 기억을, 그렇게 미련 가득이 담아, 또 다시, 또 한번, 나는 그렇게 매번 흘려 흘려 보낼 뿐이었다.
-이레 그리고 마지막-
세상은 내가 있어도, 없어도, 상관하지 않고 미려히 흘러갈 뿐이다. 매일 언제든 일어나도, 매일 같은 회색빛, 같은 회색빛 천장, 같은 회색빛 방, 권태롭고 무기력한 회색빛 매일. 도망치다, 도망치다 기껏 도착한 곳이 이런곳이라, 나에게는 있어서 세상에서 가장 아늑하고, 평화로운, 세상에 둘도 없는 나만의 피난처, 그곳에 스스로를 가두고 세상에서 조금씩 잊혀져 가는것, 그리고 하나하나 잊어 가는것, 그래서 나는, 나는 이곳에 두고, 스스로를 감금하여, 흘러가는 바람에 몸을 맡겨, 나의 내음을 하나씩 지워만 가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나 스스로의 일말의 의미를 부여하고자, 스스로의 공허를 인정하기 싫었던 것인지, 뒷마당의 허상만이 가득한, 작디작은 세상을 만들고는, 그곳에 더 작은 미물들을 잡아 놓고는, 그들의 절대자라도 된듯, 그들의 어버이라도 된듯, 알량한 위선을, 미련하게 자기위로를 하였던 것 뿐이었다. 이제는, 어쩌면, 흔히들 말하는 선택의 순간 일지도 모를 일이다. 언제나 영원한 수면을 소원하는 나에게 있어, 선택지가 얼마나 존재하는지는 알수없는 노릇이지만, 다만 몇가지 결정한 것을 연기와 함께 흩어지기 전에 얼른 행하기로 하였다. 뒷마당으로, 나의 알량한 자기기만만이 남은, 세상을, 나는 내손으로 하나하나 분해 하였다. 그 작은 세상의 주민들은 불안해 하면서도, 이내 세상에 작은 틈이 생기자, 언제 그랬냐는듯, 뛰쳐, 흘러오는 바람을 타고는 멀리멀리, 유유히 위선자에게서 벗어나, 흩어져, 사라졌다. 이리 쉽게도, 눈녹듯 사라질 신기루를, 나는 몇년이고 붙잡고, 미련히도, 끈덕지게, 고집스레 잡고는 늘어져 있던것이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내 향이 자리잡은, 내 모순들이, 내 미련이 덕지덕지 들러붙은 물건들을 꺼내어, 뒷마당에 보기좋게 무너져버린, 나의 신기루 속에, 던져 넣었다. 그리고 남은 담배를 하나하나 모두 태우며, 나를 위한, 나만을 위한 마지막 장송곡을, 나만의 장례를, 이별을 고하고, 한것 무거워진 몸뚱이를, 침대에 뉘이고는, 이미 흐려질때로 흐려진 시야를 완전히, 완전하게 닫아버렸다. 깊은 숨을 들이 마시고, 내시며 이제는 깊은 잠을, 깨어나지 않을 깊고 깊은 잠을, 세상에 안녕히, 여전히 남아 나를 천천히 멤도는 미련에게도 안녕히, 모든것에게도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