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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12일 금요일

어느 7일

 
-하루-

 아직 해조차 뜨지 않은 시간, 나는 힘겨운 숨을 몰아쉬며 침대에서 눈을 떴다. 나의 갸날프고도 질긴 생명려은 지치지도 않는지, 나를 오늘 또 하루 일어나게 만들었다. 나의 정신이, 나를 바닥으로 내던지기 전에 차라리 다시금 시꺼먼 수렁속으로 다시 숨는것이 좋았기에, 눈을 지긋이 감았것만, 내 정신은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고 나를 차가운 바닥으로 내던졌다. 유일한 피난처마저 스스로 들어가지 못하는 나 스스로를 원망하며 침대 옆 아무렇게나 놓아둔 담배부터 찾았다. 비틀비틀, 힘겹게 발을 옮겨 밖으로 느릿하게 나갔다. 담배를 한대 꼬나물고는 불을 붙이곤, 깊게 들이 마셨다. 폐포 하나하나, 몸속 여기저기 별별 좋지않은 것들이 퍼져 나가는것이 느껴졌지만, 개의치 않고 더욱이 깊게 들이 마셨다. 분명 예전에는 누군가 나에게 몸에 안 좋다고 끊으라고 말해주던 이가 있었던것도 같지만, 타닥거리며 줄어드는 담배처럼, 내 머릿속 관념 하나하나, 생각 하나하나, 가정 하나하나 작은것 하나 조차도 무감각 해지고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무감각, 누군가에게는 저주 일지도 모르나, 나에게는 유일하게 허락된 축복, 나는 조금이라도 더오래 무감각해지기 위해 담배를 한대 더 꼬나물었다. 반쯤 몽롱해진 정신으로 집으로. 적막하고 쌀쌀한 집으로 들어왔다. 나의 집은 언제나 지나칠만큼 조용하다. 그도 그럴것이, 나는 지난 10년간 모아온 돈을, 이 고요한 집을 짓는데, 그 누구도 오다니지 않는, 제일 가까운 마을도 자동차로 3시간을 달려야 겨우 보이는, 그런 외딴 섬과도 같은 곳에 집을 지었기에, 간혹 들려오는 들개가 구슬프게 우는 소리나, 부엉이가 여기저기 산책을 거니는 소리 외에는 별다른 소리를 들을수는 없는 장소였다. 이런곳인 만큼, 땅에 붙여진, 마구 휘갈겨 쓰여진 숫자의 자릿수도 적었기에, 나는 내가 가진것 이상의 숫자놀음을 하지 않을수 있었고, 그덕에, 나는집 뒷구석에 꽤나 넓다란, 정원을 얻을수 이었다. 나는 몸에 덕지덕지 뭍은 담배의 시체조각들을 털어내며, 뒷정원으로 향하였다. 정원에는 몇몇의 닭들이 자리를 잡고는 자신들만의 작은 세상을 탐닉하고, 가끔은 다투기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나는 그런 닭들의 신을 자처하며, 어딘가 한구석에 아무렇게나 놓아둔 닭들의 양식을 여기저기 뿌려주었다. 닭들의 정신이 온전히 그들의 양식으로 옮겼을떄, 나는 순식간에 도둑으로 변모하여 닭들의 미래가 깃든 알들을 훔쳤다. 나는 집으로 들어와, 일말의 가책도 느끼지 않고, 알들을 풍덩풍덩 끓는 물에 수장을 시켰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4개의 알, 나는 하얗게 식어 버린 알들을 무동의 윗속으로 억지로 쑤셔 넣었다. 그저 그렇게 의미도 무엇도 없는 하루는 담배 연기와 함께 흩어졌다.


-이틀-

 자연이란 신비로운 것이다. 비루한 내가 이 작다면 작은, 크다면 큰 공간에서 별다른 움직임도 없이 바람결에 흔들리는 잔풀과 같이 살아감에도, 거대한 자연은 지치지도 않는 몸을 움직이고 움직여, 또 다시 또 다른 날을 나에게 떠넘겨 주었다. 여전히 무거운 두 눈을 억지로, 힘겹게 뜨며, 강제로 선사된 날을 힘겹게 받아들였다. 가능만 하다면, 이런 날 따위는 어딘가, 깊숙한 곳에 꾹꾹 눌러 담아버리곤, 다시는 찾고 싶지도 않지만, 그런 꿈과 같은 일은 전지전능 하다는 신 말고는 아무도 가능하지가 않기에, 그렇기에 세상을 외면하고 싶어 두눈을 지긋이 감으며, 버거운 자연의 선물을 거절할려 하였것만, 뒷정원의 닭들은 유감스럽게도 힘차게 나에게 선물이 왔음을 알렸다. 나는 더 이상의 거절은 하기에는 염치가 없음을 깨닫고, 선물을 받아들고는 딱딱한 석고마냥 굳어버린 몸을 일으켰다. 나는 언제나, 늘 그렇듯이 옆자리에 아무렇게나 놓인 담배를 들고는 뒷마다으로 나섰다. 밤사이에 무엇을 얼마나 한것인지, 나에게 연신 배를 채울 양식을 달라며 재촉을, 마치 나에게 빌기라도 하듯 연신 날개를 퍼덕거리는 모습이 퍽이나 가엽게 보였기에, 나는 얼른 그들의 이용한 양식을 한가득 건내 주었다. 닭들이 정신없이 먹는 모습에, 괜스레 뿌듯하기도, 부럽기도한 묘한 마음에, 나는 담배를 한대 꺼내 물었다, 공허한 머릿속 에서는 나또한 무언가를 섭취를 해야한다는 딱딱하고 바싹마른 의무론적인 외머디 외침이 머릿속 여기저기를 퉁퉁 울려 되었지만, 나는 별다른 감상조차 없이 하늘로 올려 보내는 향과 함께 흐쳐 보내었다. 그렇게 멍하니 하늘을 유영하는 회색빛 구름을 멍하니, 하염없이 바라만 보다보니 어느덧 무의미하게 시간을 공허히 보내었다. 나는 비적비적 이층의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수많은 책들이 하늘 높은줄 모르고 어지럽게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나는 아무렇게나 방 어느 한구석에 몸을 던져 넣고는, 힘없이 웅크려서, 파리리 떨리는 손으로 아무 책이나 집어 펄쳤다. 책이 어떤 내용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책속에 글씨는 둥둥 떠다니는 듯, 눈앞에 어른어른 거렸고, 나는 그저 그 글씨들을 양손 가득 붙잡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너무 비어버려 작은 바람조차, 작은 그늘조차 지지 않는, 지독하게도 비어버린 머릿속 공허속에 집어 던졌다. 내 머릿속 공허는 나의 무의미한 삶 만큼이나 비어 있었다. 매일매일 어거지로 무언가를 채우려 하지만, 그저 하친의 의미도 없는, 마치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허우적 되는 꼴 이었다. 어느 예술가나 철학자들은 그런 의미 없는 몸부림 마저도 의미를 찾으려 할수도, 의미를 부여 할수도 있겠지만, 그 마저도 뭉가 깊이 사유할수 있는 자들의 전유물, 내게 있어서는 그러한 사유는 사치이자 불가능한 일일터였다. 분명 어느날의 나는 그런 찰나의 사유도, 찰나의 영감도 무시 못하고, 마구잡이로 글을 써내려가기도, 그러한 시간을 즐기며 나름대로의 삶의 형태를, 의미를 찾고자 노력했던 날도 었었던 것도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날의 나는 민들레 홀씨마냥 거센 바람에 흩어져 버렸고, 그 바람에 몸을 늬이고는 그저 의미없는 시간만 두둥실 흘려 보낼 뿐 이었다. 이렇게, 그렇게 나는 오늘도 나를 차츰 잃어갔다.


-사흘-

 매일 끝도 없는 시간 동안, 빠짐없이, 늘 새로운 날을 시작되었다. 물론 나에게 있어서 ‘새로운’이라는 말은 그저 관념적인 표현 이지만 말이다. 나의 이 작은 집에서는 시간을 가늠하게 하는 그 어떠한 것도 없다. 흔히들 있는 작은 탁상 달력도, 작은 알람 시계도 없다. 외부에 항상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라고 넥타이를 찬 이들이 말하는 필수품인 핸드폰 마저도 나에게는 없었다. 그저 거실에 나를 닮아, 시간의 풍화를 맞고 잊혀지고, 사라지길 기다리는, 얇디얇은 선으로 간신이 삶을 유지하는 오래된 다이얼 전화기만이 이 집의 유일한 전기로 움직이는 무언가 였다. 홀로 외로이, 주변에 남은것 없이 사는 나로써는 전화라는 것은 있으나 없으나 하는 물건 이었지만, 이 사회라는, 반강제적 무리사회를 종용하는, 이 시스템은 나를 어떻게든 무리에, 검회색빛 사회에 속하게, 나를 검은빛 도심에 두려고 노력하였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이 나의 삶을 궁금해 하지는 않았다. 그저 주기적으로, 나의 미약한, 작디작은 숨이 끊어 지지는 않았는지, 그저 나의 한줌 숨이 사라지고 나면, 내가 살아가는 이 고요하고, 외로이 흘러가는 이 공간을 다시금 그들의 일부로써 사회라는 공간에 다시 소속 시킬수 있지 않을까하는 소망에서, 이젠 지긋지긋한 사회와 무리, 가족 같은 것들과 저 멀리 떨어져있는 나의 미약한 호흡을, 그들이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간, 오늘 나의 시간은 그러한 전화로 부터 시작이 되었다. 내 귀를 지나칠 정도로 세게, 이 공간의 고요를 가만두지 못 하겠다는 듯 강하고 시끄럽게 울리는 소리에 나는 미적지근하게 꾸물거리며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마치 설탕과 버터를 1:1 비율로 섞은듯한 목소리의 사람이 내가 듣는지 안 듣는지는 상관조차 하지 않는 것인지, 내가 수화기를 들어 올렸다는 사실만을 확인한채, 그저 여러 문장들을 마구 나열하였다. 한참을 나에게는 닿지도 않는 수많은 문장들을 나열하고는 마침내 자신의 말이 끝났다는 듯 깊고도 긴숨을 몰아 마시고는 내게 물었다. 그래서 근래의 나의 몸상태는 어떻냐고 말이다. 나는 늘 시간이 내게 가져오는 선물처럼 반복되고 일관되게 그저 그렇게 산다고, 흐르듯이 이야기 할 뿐 이었다. 수화기 너머의 사람은 내 대답 이후에도 뭐가 그리 준비한것이 많은지 불어 넘치는 홍수마냥 끝없이 말을 흘려 보내었다. 그 사람은 나에게 규칙적인 생활이 중요하다는 말을 끝으로 일방적인 말의 나열을 끝내었다. 시끄럽게만 느껴졌던 수화기의 메아리가 멈추자, 나의 세상은 고요와 적막만으로 가득하게 차올랐다. 이런 의미없는 전화라도, 때로는 봄날에 소나기처럼 반갑기도, 때로는 우산 없이 맞는 장마비처럼 귀칞기도 하였지만, 늘상 고독하게 사는 나로써는 내가 세상에 여전히 존재한다는 여부를 알리는 유일한 이였다. 한때는 그마저도 싫어, 저 한줄로 버티는 전화기를, 저 생명줄을 잡아 뜯어, 더 이상 살아가지 못하게 할까, 고민을 하였던 적도 있었다. 내가 차마 그러지 못 하였던건, 첫째로는 나에게 주기적으로 무작위의 문장들을 배열하는 이가, 내가 이땅에 발 붙이지 있지 않고 있다 라고 판단하여, 검은옷을 입은 차디차고 부수어지지도 않을거 같은 이들을 잔뜩 몰고 올까하는 우려가 첫째 이유요, 둘째로는 저 전화기는 홀로 외로이 이곳에 심어져 있는 나와 바깥에 온갖 바깥의 온갖 식물과 바위들 바람과 같이 흐르는 요란한곳을 이어주는, 마지막 수단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가 둘째요, 마지막으로는 저 전화는 나를 닮아 한가닥 얇은 실에 의지하여 이 난감한 세상을 살아가는 것 같아, 한낱 내가 느끼는 동질성과 동정심이 마지막 이유 였다. 나는 언제나 세상을 등지고, 언제나 시끄러운 세상을 벗어나, 고요하고 적막한 어느 한 구석으로 떠나고 싶어 하였기에, 나는 흘러흘러 나무 한그루 정도만이 외로이 자랄수 있는 이곳에서 나는 나의 얇고 가는 뿌리를 조심스레 내렸다. 그럼에도 세상은 내 뿌리를 뽑아 요란스런 세상에, 온통 검었기만한 세상 한 구석에 나를 옮겨 심고 싶어 하였고, 나는 그런 세상을 역겨워 하면서도, 미약하게 나마 그런 세상에 미련을 가졌고, 필요로 하였다. 그런 허울 좋은 핑계로 나는 전화기의 찢어질듯한 절규를 무시하고, 고개를 돌려 그저 조그마한 볕뉘조차 들지 않는 방의 조그마한 구석을 응시 할 뿐이었다. ‘고용하다, 적막하다.’ 나는 세상을 등지고 이 두단어를 얻었다. 나는 그저 멍하니 삐그덕 거리는 낡은 의자에 앉아 그런 고독감을, 홀로 거니는 이 시간을 좋아 하였고, 이런 텅 비어있는듯한 기분이 괜스레 나를 울렸기에 나는 이 비어있는 시간을 좋아하였다. 빈시간에는 역시 독서만한게 없었다. 언제나와 같이 나만큼이나 낡아 쿰쿰한 향이 나는 책을 문장 하나하나, 단어 한자한자, 탐미하며 허무하고 공허한 날의 일순간의 의미를 잠시간이나마 부여 하고는 하였다. 매순간이 텅빈, 공백만이 있는 삶의, 찰나의 의미가, 파문을 일으킨다 한들, 나 삶의 텅비어 가벼운 내 삶은, 다만 몇초라도 채워줄수 있다면, 나는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생각이 들었다.


-나흘-

 오늘은 오랜간만에 세상으로 잠시 나가는 날이다. 얼마 만인지는 잘 모르겠다. 집에 그 흔하디 흔한 작은 시계도, 달력도 없으니, 내 뒷마당이 세상 전부인 닭들이 새로운 해가 도착을 했음을 알리고, 간혹 바람따라 지나가는 부엉이가 밤을 알렸다. 그저 그렇게, 무던하게 흘러가는 세상을 안개 낀 눈으로 간신이 간망할 뿐인 나에게 있어 시간은 그저 흘러가는 공기속 먼지와도 같았다. 아무튼간, 공기의 높낮이가 마지막 외출 이후로 꽤나 산등성이 밑으로 흘러 내려 갔으니, 필시 몇달이고 지난것은 분명 하였다. 나는 집안 어딘가에 놓아둔, 자동차 열쇠라 부르는 조각도를 집어 들고는, 집앞 길가에 아무렇게나 조각해 놓은, 여러 돌들이 섞여 얼룩덜룩한 작은 자동차에 몸을 우겨 넣었다. 나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행위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그다지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 하였다. 자동차 내부에서 일어나는 나의 모든것들은 삐걱 거리며 겨우겨우 힘겹게 돌아가는 세상과 별반 다를게 없었으니 말이다. 나는 챙겨온 작디작은, 주머니속 작은 금속 조각으로 이루어진 조각도를 작기는 매한가지인 조각 구멍에 밀어 넣고는 돌렸다. 깊게 잠들어 있던 커다란 조각 덩어리는 자신의 중심부에 거대한 물줄기를, 발작하듯 쏟아내며, 지난 못 쉬었던 거친 숨을 몰아 쉬기 시작하였다. 나는 덩어리에게 세상으로 향하자는 신호를, 명령을 억지로 집어 넣어, 덩어리는 덜컹거리며, 스물스물 세상으로 기어가기 시작하였다. 세상으로 향하는, 덩어리 속에, 세상을 관망하는 작은 눈에 보이는 풍경은, 거대한 세상으로 향할수록 생기를 점진적으로 잃어갔다. 덩어리는 그런 세상이라도, 달리는 것이 좋은것인지, 회색빛 서풍을 타고는 더욱더 빠르게 세상을 향해 달렸다. 주변 풍경이 완벽하게 흑백이 되었다. 겨우 밝고 어두운 것만을 구분할수 있을 정도의 명암, 나는 세상 어느 한구석에 조각 덩어리를 아무렇게나 던져 두고는, 내몸을 최대한 작디작게 줄인채 세상으로 한 발짜국, 한 발짜국, 끈적하게 얽혀오는 세상에 남겨둔 미련을 떨쳐 버리곤 목적지로 발걸음을 내 딛었다. 목적지는 직사각형 입방체에, 직사각형 구멍이 여기저기 뚫린곳, 구멍마다 석탄같은 흑색의 무언가가 계속하여 지속적으로 마구 움직이는 정신없는 곳 이었다. 나는 뻥 뚫린 사각의 구멍으로 몸을 잽싸게 넣었다. 공간 안에는 여기저기 바쁘게 무언가를 하는 검은 무언가가 돌아다니고, 나는 최대한 피하고 피해, 시선을 피하며, 거대한 돌판 앞에 줄줄이 앉아있는 검은 무언가들 중 하나에게로 다가갔다. 나에게 연신 무어라 말을 하는 어떤것에게, 나는 그저 품속에 접어 가두어 놓은 나의 비명 한 조각을 건내었고, 찬찬히 나의 비명을 엄격하게 뜯어보곤, 또다른 새로운 비명 한 조각을 건내 주었다. 나는 그 새로운 비명에 내 이름을 아무렇게나 휘갈겨 쓰고는, 어둡고, 답답한, 그 공간에서 뛰쳐, 도망치듯 나왔다. 나는 내 손안, 스스로 저물지 않았다는, 또 다시 나의 뿌리를 여전히 땅속에 박아 넣고 있다는, 자발적으로 자신의 한가닥 선도 끊지 못하는 무생물과도 같은 나의 일말의 가치가 담긴 비명을 작게 꾸깃꾸깃 접어 다시 품속, 가슴속 깊은곳에 던져두고, 흙을 덮고, 거친발로 꾹꾹 눌러 다져, 안 보이게 가두고 외면하게 두었다. 나는 또다른 작은 직사각형 입방체에, 조금전에 간곳보다는 훨씬 작은 곳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는 들어갔다. 나는 그저 입구 근처 또다른 검은 무언가에게 숫자와 어느 무언가가 잔뜩 그려진 얇게 저며진 어떤것의 포를 몇장 건내주곤, 담배를 잔뜩 받아 나의 엉망인 조각 덩어리로 걸음을 옮겼다. 나는 담배들을 덩어리 내부에 던져두고는, 딱딱하게 굳은 조각에 앉아 한숨을 푹 내쉬었다. 바깥의 미련은, 나를 세상에 잡아두기 위해서인지, 내가 부른것인지, 끈질기게 여기저기 들러붙어 나에게 아련한 그림움을 품게 만들었다. 나는 서둘러 덩어리의 단잠을 꺠우고는, 세상을 등지고, 나의 작은 아지트로 떠나갔다. 작디 작은 나의 도피처에서도 미련이, 애처로이, 찬란히 빛낸 그리움이 여전히 공허이 피어올라, 나는 그저 피하고 피해 담배에 다시, 또다시 불을 붙일 뿐 이었다. 여전히 변하지 않은 내 시선속 회색빛 하늘로 흩어 사라지는 담배 연기에, 그리움을 꼭꼭 묶어, 멀리멀리 날려 보내었다. 나는 허무이 하늘로 흩어지는 회색빛 연기를, 그저 단 하루라도 나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아름다이 빛날 인생을 허공에 그리며, 그저 그렇게 애꿎은 담배만을 깊게, 더욱이 깊게 숨이 더 이상 허락하지 않을때까지 들이 마셨다.


-닷새-

 유난히도, 문득 몸을 가누기 힘든 날이다. 전날의 고된 고행 탓인지, 아니면, 오래도록 태워온 담배의 영향인지, 온몸에 덕지덕지 들러 붙은 시꺼먼 감정들은 나를 끝도 없이 끌어내리며, 나를 더욱이 깊은 수렁으로 끌어 내렸다. 무겁디 무거운 몸뚱이를 억지로 바로 일으켜 세워, 멍하니 네모난 틀안에 같힌 수묵화를 지긋이, 불어오는 얇은 바람을, 뜨거운 머리를 식히며 잔잔히 멈출 기미도 보이지 않는, 그저 흘러만 가는 세상을 지켜 보았다. 지끈 거리는, 마치 폭풍우라도 치는듯한 머리를 감싸 지고는, 또다시, 다시금 지독한 담배를 집어 들었다. 연신 쿨럭 거리면서도, 하얗게 세어 힘없이 떨어지는 담배재 마냥, 스스로의 불빛도, 남은 시간도, 자신의 세상도 하얗게 세어 힘없이 떨어지는 것을 모르는것인지, 신경을 쓰지 않는것인지, 나 스스로도 모른채로 그저, 그저 희뿌연 연기만을 공기중에 흩뿌렸다. 담배의 온갖 몸에 안 좋다는 것들이, 흡사 악마와도 비견되는 것들이, 나의 머리를 조금이나마 가볍게 만들어 주었다. 나는 미련히도 자리에서 일어나 나의 작은 세상으로 나섰다. 작디 작은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것들을 위해 낱알들을 뿌리고, 땅이 촉촉히 비도 내려 주었다. 분명 별것 아닌 일 임에도, 숨이 턱 끝까지, 바람 앞 촛불처럼 위태로이,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차라리 이럴때, 수면이라도 깊게 허락이 되었다면, 하곤 이루어지질 않을 허무한 소원만을 읊조리며, 작은 세상을 관망 하였다. 나는 또 다시 나의 작은 책방에, 나에게 허락된 유일한 쉼터로 숨어 들었다. 어지럽게 늘어진 책들, 구분도, 분류도 없이 그저 쌓인 책들의 도시, 나는 그저 그안에 숨어들어, 나에게는 어쩌면 영원히 오지않을, 아니, 생각해 보면, 애초에 존재조차 하지 않았을, 평안한 안식을, 영구한 휴식을, 다시 돌아오지 않을, 있지도 못한, 따스한 소멸을 그저 기대하고, 인내하고 있을 뿐 이었다. 언제부터인가, 그저 멍하니 책을 붙잡고 보는것이 내게는 유일한 쉼이 되었다. 왜 인지는 모르겠다. 그저 책에 몰두할수록, 세상과는 단절되는 기분 이어서 그랬던 것인지, 아니면, 고개를 아래로 쳐 박고 책속으로 도망치는 것이 좋았던 것인지, 평생을 책을 읽으면서도, 답을 얻지 못한채로, 나는 또다시, 어지럽게 나열된, 단어, 문장, 문단 속으로 덧없이 뛰어들어 방황 하였다. 문득 잠이 든것인지, 나는 하얀꽃들이 가득 피어있는, 어느곳에, 어두운 밤하늘에는 새하얀 둥근 달이, 나는 내 발아래 만개한 새하얀, 마치 눈과 같은 바람꽃을, 나를 놀리기라도 하듯, 은은하게 풍기는 꽃내음에, 기다린듯 나를 잡아 끄는 미련에, 나는 그저 웃음을, 숨을 쉬는것조차 잊을정도로, 그저 웃었다. 눈을 뜨니 작은 창 너머로 하얀 달빛이, 일렁이며 나를 비추었다. 여전히 꿈속에 번진 향에 취해 있는것인지, 나는 비틀거리며 문을 열었다. 차가운 바람이 나를 스치듯 때리고 지나갔다. 나는 한대, 또 한대, 또 다시 한대, 독하디 독한 담배를 연달아 피우며, 이젠 끝나지 않을 밤을, 맞이하며, 담배연기에 내 마지막 색을 실어 멀리멀리 올려 보내었다.


-엿새-

 아침에는 언제나 몸이 무거웠다. 어쩌면 오늘이 더욱, 유난히 더 그런지도 모를 일이다. 한숨을 푹 몰아쉬며, 너무나도 이르게 지친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암전된듯, 새까만 색의 세상은 시리고 날카로운 바람을 내게로 뱉어내었다. 나는 따스히 나를 품어주던 침대에서 벗어나, 주방으로, 차가운 물을 연겨푸 속으로 쏟아 부었다. 이미 져버려, 뿌리마저 말라 비틀어진, 식물에 물을 주어봐야, 구멍난 컵에 물 붙기 같은 것 이겠지만, 잠시간 수분을 머금고, 잠깐 이지만 눈을 촉촉히 적시기에는 충분 하였다. 나는 일순간 이지만, 미약한 기운이 생긴 몸을 이끌고, 언제나처럼 뒷마당으로, 세상에서 유일무이하게 나를 기다리는 그들에게 일용한 양식을 대강 베풀어주고는, 매정하리마치 뒤돌아섰다. 그들은 나에게는 한낱 관심조차 사치라는 듯이, 고개마저 돌리지 않고, 오로지 그들의 배를 채우는데 급급하였다. 그래, 그들은 나를 기다린 것이 아니라, 그들의 배를 채울 무언가이면, 어떤 것이든, 기다리고 고대할것이 자명해 보였다. 나는 어쩌면 지독하게도 당연한 사실을, 외면 하고 싶었는지도, 나는 허울과 거짓뿐인 삶을 잘근잘근 곱 씹으며, 또 다시 나 스스로를 처절하게 저주하며, 또다시, 또다시 그저 깊은 한숨만을 내쉬며, 자기 스스로, 자발적인, 스스로 안식마저 가져오지 못하는 자신 스스로의 나약함과 무기력을 한심스레 한탄하며, 그저 그렇게 한치의 의미도 없이, 걸음걸음 내딛으며, 영혼 없는 삶을 가까스로 붙잡고 있을 뿐이었다. 더 오랜 시간 걸음을 가진다한들, 이미 지나온 걸음들을 돌이켜 보아도, 이미 더 이상의 여정은, 이 이상의 존재가 허무하리만큼 공허하지만, 그럼에도 스스로 걸음조차 통제하지 못하여, 그저 이 작디 작은 세상 속에서, 스스로를 가두고, 외면하고, 피하며, 하염없이, 그저 속절없이 흘러가는, 이 세상이 나의 호흡을 끊어, 나에게 영원한 휴식을 가져와 주기만을 기다리는, 나약하고 나약한, 고독하고 공허한, 한심하기 그지없는 나는, 그저 스스로를 혐오하고 미워하며, 또다시 길다란 담배에 불을 붙이는 그런 인간일 뿐, 꺼먼, 어쩌면, 내 폐, 내가 살아 숨쉬는 세상마저 검게 물들일거만 같은 어두운 담배연기가 나의 온몸을 훍고 지나가고, 깊게 들이쉬면 들이 쉴수록, 잠이 깨면서도, 동시에 잠이 드는것만 같은 아련몽롱한 기분에, 그저 초점없는, 아무것도 담지 않는, 멍한 눈을, 지긋이 감으며, 또 한번의 시간을, 또 한번의 바람을, 또 하나의 기억을, 그렇게 미련 가득이 담아, 또 다시, 또 한번, 나는 그렇게 매번 흘려 흘려 보낼 뿐이었다.


-이레 그리고 마지막-

 세상은 내가 있어도, 없어도, 상관하지 않고 미려히 흘러갈 뿐이다. 매일 언제든 일어나도, 매일 같은 회색빛, 같은 회색빛 천장, 같은 회색빛 방, 권태롭고 무기력한 회색빛 매일. 도망치다, 도망치다 기껏 도착한 곳이 이런곳이라, 나에게는 있어서 세상에서 가장 아늑하고, 평화로운, 세상에 둘도 없는 나만의 피난처, 그곳에 스스로를 가두고 세상에서 조금씩 잊혀져 가는것, 그리고 하나하나 잊어 가는것, 그래서 나는, 나는 이곳에 두고, 스스로를 감금하여, 흘러가는 바람에 몸을 맡겨, 나의 내음을 하나씩 지워만 가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나 스스로의 일말의 의미를 부여하고자, 스스로의 공허를 인정하기 싫었던 것인지, 뒷마당의 허상만이 가득한, 작디작은 세상을 만들고는, 그곳에 더 작은 미물들을 잡아 놓고는, 그들의 절대자라도 된듯, 그들의 어버이라도 된듯, 알량한 위선을, 미련하게 자기위로를 하였던 것 뿐이었다. 이제는, 어쩌면, 흔히들 말하는 선택의 순간 일지도 모를 일이다. 언제나 영원한 수면을 소원하는 나에게 있어, 선택지가 얼마나 존재하는지는 알수없는 노릇이지만, 다만 몇가지 결정한 것을 연기와 함께 흩어지기 전에 얼른 행하기로 하였다. 뒷마당으로, 나의 알량한 자기기만만이 남은, 세상을, 나는 내손으로 하나하나 분해 하였다. 그 작은 세상의 주민들은 불안해 하면서도, 이내 세상에 작은 틈이 생기자, 언제 그랬냐는듯, 뛰쳐, 흘러오는 바람을 타고는 멀리멀리, 유유히 위선자에게서 벗어나, 흩어져, 사라졌다. 이리 쉽게도, 눈녹듯 사라질 신기루를, 나는 몇년이고 붙잡고, 미련히도, 끈덕지게, 고집스레 잡고는 늘어져 있던것이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내 향이 자리잡은, 내 모순들이, 내 미련이 덕지덕지 들러붙은 물건들을 꺼내어, 뒷마당에 보기좋게 무너져버린, 나의 신기루 속에, 던져 넣었다. 그리고 남은 담배를 하나하나 모두 태우며, 나를 위한, 나만을 위한 마지막 장송곡을, 나만의 장례를, 이별을 고하고, 한것 무거워진 몸뚱이를, 침대에 뉘이고는, 이미 흐려질때로 흐려진 시야를 완전히, 완전하게 닫아버렸다. 깊은 숨을 들이 마시고, 내시며 이제는 깊은 잠을, 깨어나지 않을 깊고 깊은 잠을, 세상에 안녕히, 여전히 남아 나를 천천히 멤도는 미련에게도 안녕히, 모든것에게도 안녕히.


2026년 4월 19일 일요일

시간, 공간 그리고 그대

 모두가 나에게 말합니다. 그것은 사고라고, 분명 그대는 좋은곳으로 떠났을거라고, 부디 잘 이겨내라고 말입니다. 그대가 내 곁을 떠나간지 어느덧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9년이라는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주변의 많은것들이 변하여갔습니다. 그대와 함께 저녁을 먹은 식당은 지금은 다른 가게로 변하였고, 그대가 맛있다고 하던 초코맛 파르페를 팔던 카폐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이제는 그대를 잊은 듯 웃으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나만이, 오직 나라는 사람만이, 여전히 그 시간, 그 장소에 멈춰 그대라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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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가게를 찾은것은 순전히 우연 이었습니다. 하염없이 그대를 그리며, 수많은 것들이 변해버린 거리를, 멍하니 발걸음 닿는대로 걸음을 옮기다, 그대가 좋아하던 오래된 게임들을 판매하던 가게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세월의 흐름을 맞은 너덜해진 가게 간판, 전등이 몇개가 나가 살짝 어둑한 진열장까지, 그대를 제외한 모든것이, 그떄 그대로의 모습 이었습니다. 은근히 무거운, ‘미세요’라는 스티커가 붙은 문은 여전히 경첩에서 힘겨운 소리를 내며 밀렸고, 가게 안 전등도 여전히 누런색, 약간은 어두운 주광빛을 내며 가게 안을 밝혔습니다. 가게 주인은 어찌나 그대로인지, 그대와 함께 온 날에도 진열장 뒤에서 꾸벅꾸벅 졸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여전히 주인은 내가 들어왔는지도 모를만큼 깊게 잠들어 의자를 뒤로 젖힌채로 졸고 있었습니다. 나는 진열장에 이미 카트리지에 표지 스티커는 시간이 훔쳐갔지만, 여전히 그대와의 기억이 떠오르게 하는, 그대가 주인공이 멋있다며, 난이도는 너무 어렵지만 주인공이 이겨내는 이야기 흐름이 좋다며, 어려운 난이도에도 투덜되면서도 열심히 즐겼던, 그대가 떠난 이후로는 그대가 가지고 가 버렸는지, 어디론가 사라져 다시는 찾지 못 하였던, 게임을 들고는 가게의 주인을 깨웠습니다. 주인은 자신을 부르는 내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면서도, 나와 내 손에 들려있는 게임 카트리지르 보고는 귀찮다는 듯이 건성으로 계산을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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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으로 돌아와 오래된 게임기에 전원을 눌렀습니다. 오래되었기도 오래 되었지만, 그대가 떠난 이후로는 단 한번도 켜지를 않아서인지, 게임기는 9년간의 먼지를 게어내며 다시금 달릴 준비를 하였습니다. 게임기는 이제 자신은 준비를 마쳤다는 듯 거친 숨소리를 조금씩 늦추어 가며, 마치 멍하니 허공을 봐라만 보는 나에게 얼른 게임 카트리지를 달라고 재촉하는 듯 보였습니다. 나는 그런 게임기에게 게임 카트리지를 건내었고, 게임기는 거칠게 달리며 게임을, 그대와의 기억을 다시금 보여주기 위해 거친 숨을 몰아 쉬기 시작 하였습니다. 나는 게임기가 다시금 힘을 내는동안, 다시금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며 그대와의 추억을 하나하나 다시금 앨범속에서 꺼내어 하나씩 지긋이 곱씹었습니다. 매운걸 먹고 얼굴이 빨갛게 변하던 모습, 달콤한 음료를 마시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모습, 어려운 난이도의 게임을 승부욕을 내면서 한던 뒷모습 까지도, 나는 여전히 그대와의 추억을, 기억을 어느것 하나 지울수도 떠내려 보낼수도 없었기에 그저 묵묵히 다시금 그대와의 기억을 앨범속에 차곡차곡 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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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잠이 들었던 것인지, 꺠어나 보니 창문 너머 해는 이미 흐르고 흘러 수편선 건너로 넘어가 사라져 있었습니다. 웅크려 잔 영향인지 굳은 몸을 힘겹게 일으키며 기지개를 켰습니다. 게임기가 연결된 오래된 TV쪽을 봐라보자, 익숙하고도 그리웠던 뒷모습이, 그대가 좋아하던 그 게임을 하고 있는 그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대를 그리워하다 내 머릿속이 만들어낸 환상인지, 내가 아직 잠이 덜 꺠어 꿈속에 있는 것인지, 아무렴 어떠한지… 그대를 다시 볼수 있는 이 순간이 환상이면 어떠한지… 만감이 교차 하였지만, 차마 그대를 부르면 사라질까 선뜻 그대를 부르지 못 하였습니다. 그대는 깨어난 나를 눈치를 채었는지, 뒤돌아보며 싱긋 웃으며, 이제야 일어 났냐고, 웅크려 자면 온 몸이 찌뿌둥 하다면서 몸을 곧게 펴고 자라고, 자고 일어나서 배고프지 않냐고, 얼른 뭐라도 먹자고 말하는 그대가, 그리웠던 그대의 포근한 향이 내 코를 간질이고, 그대의 난란한 웃음이 내 눈앞에, 여전히 내가 그리워한 그 모습 그대로로 그 자리에서 나를 반겨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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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는 멍한 상태로 하염없이 그대의 얼굴만을 봐라보는 내가 걱정스러운듯, 어딘가 아픈것이 아니냐며 걱정스런 표정으로 내 이마에 손을 올렸습니다. 나는 이것이 비록 나의 한순간의 연기같은 꿈일지라도, 나의 머리가 그려낸 일순간의 환상 일지라도, 그대에게는 찰나의 걱정이라도, 작디 작은 불행 조차도 더 이상은 주고싶지 않았기에, 그저, 그저 괜찮다고, 슬며시 웃으며 그대에게 말 하였습니다. 그대는 그런 내가 여전히 그대의 마음에 걸리는지 갸우뚱 하면서도 그대도 나와 같은 마음인지, 환한 미소를 지어 주었습니다. 그대는 주방으로 종종 걸어, 오늘은 본인이 맛있는것을 해 주겠다. 오늘은 너가 아픈거 같으니 내가 해야지!라며 퍽 즐거워 보이는 모습으로, 연신 야채를 다듬고, 고기를 자르며 식사를 준비 하였습니다. 매운걸 잘 못 먹는 나에게는 담백한 계란 볶음밥, 그대는 매운걸 좋아해 매콤한 김치 볶음밥, 기억속 언제나 나와 그대가 자주 먹었던 그 메뉴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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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떠나간 그대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지, 알수도, 그대가 또 다시 훌쩍 사라질까 두려워 알고 싶지도 않았지만, 분명 언젠가는 그대가 또 다시, 또 다시 멀리 멀리 바람을 타고는 훨훨 여행을 떠날것을 알았기에, 나는 그대와 함께 있는 이 순간의 잠시를, 마음속 깊이 더더욱이 깊이, 그대의 다정함을 꼭 끌어안아 깊숙이 마음속에 새겨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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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끄지 않은, 꺼지지도 않은 오래된 게임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일시정지 상태로, 몇시간, 며칠이라는 시간이 흘러갔음에도 꺼지지 않은 게임기, 꽤나 오래된 게임기라 이미 과부화로 픽 하고 쓰러졌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그런 게임기, 그대는 나에게로 다가와, 그 게임기를 끄면 자신도 훨훨 여행을 떠날거라고, 그리고 게임기는 두번다시 켜지지 않을거라고, 그대는 나에게 궂은 말을 하면서도, 언제라도 비가 내릴거 같은 표정으로 그대의 얼굴만을 보는 나에게, 게임기를 꺼야 한다고, 언제라도 좋으니, 지금은 힘들더라고, 더이상의 세이브 파일도, 이어하기도 할수가 없지만, 그럼에도 꺼야한다고,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나는 날 나의 세상이 어땠는지, 아침에 먹은 시리얼 맛은 어땠는지, 우리가 자주 보았던 길고양이는 잘 지내는지, 작은 것 하나하나 까지 알려달라고, 그대는, 그대는 봄날의 햇살같이 싱긋 웃으며 말하였습니다. 그대의 햇살이 얼마나 따스한지, 나의 먹구름을, 빗구름을 몰아내고는 나를 따스하게 안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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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는 다정하게, 게임기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포근하게, 따스히 나를 감싸주며, 나의 공허한 마음을 폭풍우 치는 마음을 그대의 다정함으로 채워주며, 따스히도, 흑빛으로 변한 나의 세상을 그대의 햇살로 그려주며, 그렇게, 그렇게 내 결에 있어주었습니다. 스스로에게 게임기를 꼭 꺼야할까?라는 의미 없는 질문을 몇번이고, 몇번이고 되물으며, 몇번이고, 몇백번이고, 수없이, 싫다고, 싫다고 대답을 하여도, 결국에는 언젠가 그대를 떠나 보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두 눈을 꾹 닫고는, 이러한 잔인한 이야기를, 이러한 잔인한 계절을 외면 하려고, 외면하고 싶었기에, 더더욱이 두 눈을 감고는 뜨지 않으려 하였다. 그대와 함께하는 이 시간이, 이 공간이, 따스한 그대의 온기가, 그대의 미소가, 그대의 다정함이, 그대와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행복하였기에, 기뻤기에, 그저 이대로 영원의 시간이 흘러도 상관 없겠다는, 그저 이렇게만 있어도 괜찮을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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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는 나란이 침대에 누운 나의 뺨을 어루만지며, 마치 나의 마음을 읽기라고 한 듯이, 언젠가 먼 훗날 그대와 내가 다시 만났을떄, 그떄 이곳에 나가서 무엇을 하였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무엇이 좋고 무엇이 싫었는지, 그리고 다시금 함께, 함께 손을 잡고 새로운 그림을,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가자고, 나지막이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그대는 언제나, 언제나, 늘, 나보다 나를 더 잘 알았고, 언제나, 나보다 나를 더 위했기에, 그렇기에, 그대는 내가 그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 할것을, 무시하지도, 외면하지도 못 할것을 너무나도 잘 알았기에, 나에게 다음을, 기약없는 언제가 될지 모르는 속절없는 부탁을, 나를 위해, 그대는 언제나 따스하고 너무나도 나를 잘 알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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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마지막으로 그대와 식사를, 포옹을, 대화를, 마지막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대의 마지막, 작디작은 조각 하나라도, 색깔 하나, 글자 하나라도 더 나의 가슴에 남기기 위해, 차곡차곡 꾹꾹 눌러가며, 그대의 모든것을 가슴속에 켜켜이 가슴에 새기고 쌓아 나갔습니다. 그렇게 나는 슬픔으로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대의 따스한, 마지막의 작별 인사를 받으며 게임기의 전원을 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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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이고 지났을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겨우 시계의 긴 다리 하나가 한걸음 건넌 시간이 흘러 있었습니다. 날짜도, 집도, 모든것이 그대로 였지만, 오직 그대만이, 다정히 웃으며 나를 반겨줄것만 같아도 그대만이 없었습니다. 게임기의 전원 버튼을 눌러보아도 요지부동, 전원선을 바꾸어 보아도 여전히, 그대는 그렇게 멀리멀리, 영원의 시간을 따라 여행을 떠난 것 이었습니다. 문득 전파사에 게임기를, 수리를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것마저 그대의 나를 위한, 그대의 따스한 안배 일거라는, 그리고 나는 그대를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그대와의 기억이 그득한 상자에 게임기를 밀어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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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은 계속하여 달려갔습니다. 시게의 짧고, 긴 다리는 뭐가 그리 바쁜지, 누군가 쫒는것도 아닐터인데, 뭘 그리 바쁘게 달리는 것인지, 그럼에도 그대를 떠나보낸 나의 세상은, 그대를 떠나 보내고, 몇시간이, 며칠이, 몇달이, 몇년이라는, 영원의 시간이, 매 순간이, 나의 가슴에 새겨져 그대를, 그대를 그리워 했습니다. 가끔, 혹여나 하는 마음에 게임기의 전원을 슬쩍 눌러 보기도 하였지만, 딸깍하는 전원 버튼의 소리가, 왜인지 그대가 피식하고는 웃는것만 같아서, 나도 덩달아 피식 웃고는 다시금 게임기를 상자에 넣어두고는 하였습니다. 시간이 너무나도, 너무나도 느리게 흐르는것만 같아, 먼 훗날 그대를, 그대를 만나는 날만을 기다리며, 여전히 그대와, 그대와 함께, 그때, 그 장소에서, 여전히, 여전히 함께 있는것만 같기에, 나는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그대를 그리며, 그대를 그리워하며, 그대를 사모하면서,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영원의 시간 속이라도, 그대를, 그대를 기다리겠습니다. 그저 그렇게 그대를, 그대를 그리며 기다리겠습니다. 영원토록 사랑합니다 그대. 


2026년 3월 6일 금요일

6개의 손가락

 내게는 특이한 친구가 한명있다. 나와 그 친구는 흔히 말하는 소꿉친구, 그러니 유치원 때부터 늘상 붙어 다녔던, 그런 관계의 친구라고 할수있다. 그 친구는 늘 생물에 관심이 많았다. 유치원때는 놀이터에 돌아 다니는 개미나 메뚜기를, 초등학교떄는 근처 숲에서 자주 보이던 다람쥐나 청설모를, 지금은 진화 생물학자를 꿈꾸는 고등학교 3학년의, 다윈이 영원한 자신의 우상이라 말하는 큰꿈을 가지는 그런 친구이다. 하지만, 그 친구에게는 한가지 약간은 특이한 점이 있다면, 친구는 언제나, 늘상 인간의 손가락이 왜 6개인지 이해를 하지 못 한다는 것이다. 나와 다른 친구들, 심지어는 과학 선생님까지 붙어 인간의 손가락이 왜 6개인지 이해를 시키려 노력하였으나, 친구의 의구심은 날로 늘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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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의 ‘인간의 손가락은 왜 6개인가?’라는 질문의 시작점은, 우리가 막 중학교로 진학한 시점으로 거슬러 올아간다. 친구와 나는 도서관의 지박령이라 불릴만큼 도서관에 살다시피 하였는데, 친구와 나는 초등학교 도서관과는 다른, 꽤나 다양한 책들에 빠져 살던 때였다. 나는 그 나잇대 아이들이 으레 그러듯이, 나 또한 온갖 판타지나, 로맨스 소설에 빠져 있었지만, 친구는 나와 다른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는듯 도서관에 있는 생물학에 관련된 모든 책들을 섭렵하고 다녔다. 어느날인가, 아마 초여름의 도서관 이었을 것이다, 다들 더위를 피해 도서관에 밀려드는 날 이었으니 말이다, 친구는 한권의 책, 아마 인간의 진화의 대해 대학교 논문만큼이나 어렵게 설명한 책 이었을 것이다, 책을 나에게 들고와 한페이지를 펼쳐 나의 얼굴에 들이 밀었다. 그 페이지의 내용은 인간이 왜 손가락이 6개인지의 대한 꽤나 상세하게 서술한 페이지 였다. 나는 도저히 중학생 수준으로 보이지 않는 다양한 전문 용어들과 사과, 바나나같은 단어들만 아는 나에게는 너무나도 어려워 보이는 영단어들에 울렁거림을 느끼며, 뭐가 문제냐고 친구에게 물었다. 친구는 처음 보는 요상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무기의 발달이 손가락 갯수의 영향을 주었다고?‘라고 말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한 점들에 대해서 자신이 아는 모든 지식을 동원하여 나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물론 겨우 중학생 이었던, 그리고 생물학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나에게는 별달리 전해지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친구는 이후로도 다른 친구들이나, 과학 선생님과도 열띤 토론을 이어갔지만, 그다지 소득은 없이 우리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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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친구는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그다지 변하지는 않았다. 조금 더 많은 공부를 하였다는것 정도? 친구는 언젠가 하였던, 진학 상담에서 결국에는 생물학을 전공하는 방향으로 키를 돌렸다. 지금은 고등학교 3학년, 우리는 각자의 목표를 위해 수능을 준비하였다. 수능날, 우리는 각자의 목표를 향해 힘차게 시동을 걸었다. 어쨌거나 우리는 수능을 치루었고, 점수가 나올때 까지는 꼼짝없이 망망대해 한복판에서 기다리는 수밖에는 없는 노릇이니, 시험이 끝났지만 여전히 긴장을 놓을수가 없었다. 그리고 수능이 끝나고 한달정도 흘렀을까, 친구는 밝은 목소리로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구는 자신이 원하는 대학의 생물학과로, 나는 영어영문학과로, 나와 친구의 대학은 달랐지만, 거리상 꽤나 가까웠기에 자주 만날수 있을거라는, 시시콜콜한 기대와 걱정들을 오랜시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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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생활은 꽤나 바빴기에, 우리는 나누었던, 자주 만나자는 약속은 까맣게 잊어버린 채로, 청춘을 연료로 대학 생활을 힘겹게 항해 하였다. 자주 만나지는 못 하지만, 문자나 전화는 자주 하였기에 별별 사소하고 시시한 일상까지, 마치 같이 사는듯이 서로가 서로의 일상을 알수 있었다. 친구는 여전히 6개의 손가락의 대한 의구심을 버리지는 못 하였는지, 레포트나 과제에 그런 의구심이나 자신의 생각을 적어 제출 하였다가 크게 점수를 깎아먹은 적도 있었다. 평소에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지 않았으면 어쩔려고 하였는지, 다행이도 평소의 행실이나, 시험 점수가 좋아 적어도 제적은 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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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년의 시간이 흘렀다. 우리는 무사히 졸업을, 잔잔이 몇가지 사건사고들이 있었지만, 성히 학교 생활을 끝내고 졸업을 하게 되었다. 친구는 졸업 후 더욱더 다양한 연구를 위해 해외로 유학을 간다고 이야기 하였다. 졸업을 한것이 한것이 아닌거 같다고 이야기하자 친구는 깔깔 웃으며 나의 등을 퍽퍽 쳤다. 어쩃거나, 우리는 졸업을 하였고, 친구는 해외로, 나는 취준생으로써의 또다른 험난한 항해가 보였기에, 우리는 대학생의 마지막을, 지난 시간의 후회를, 앞으로의 걱정을, 미래의 기대를 하늘로 날리며 술잔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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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나의 전공을 살려 어느 학원의 선생이 되었다. 활발한 중, 고등학생의 원생들을 보며, 친구와 함꼐한 지난날의 기억들을 슬며시 웃으며 곱씹었다. 친구는 해외의 연구 생활이 썩 마음에 드는 듯, 졸업 이후에 해외로 나가서는 지난 몇년간 한국에 돌아올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나는 한편으로는 서운 하였지만, 친구의 지독하다고 말할수 있는 열정에 마음 깊이 응원 하였다. 친구는 종종 전화를 하여, 자신의 연구들, 주변의 연구원들, 자신의 일상들, 작디작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몇시간 동안 수다를 나누었다. 지금은 ‘인간의 손가락은 5개가 옳다.’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논문을 쓰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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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달만에 친구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학계에서는 꽤나 논란이 되었고, 한국의 생물학계에서도 발칵 뒤집어 졌다나보다. 친구의 말로는 예전 대학교의 담당 교수에게서도 연락이 왔다고 한다. 하기야, 다른 어떤 생물학 논문에서도 인간의 손가락의 대해, 그것도 갯수에 대해서 반박하는 논문은 전무하였으니 말이다. 친구는 웃으면서도 한동안은 여기저기서 오는 항의 메일을 처리 해야 한다는 말을 한숨과 함께 하였다. 아마 전세계의 연구자들과 종교인, 심지어는 일반인 에게도 항의 메일이 온다니, 꽤나 고생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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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일인가,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친구는 자신의 연구를 뒷받침 할수있는 고고학적 사료가 있을거라 추정되는 동굴에 탐사를 간다는 말을 하였다. 아직은 비공개인 동굴 이기에 뭐라 상세하게 말할수는 없지만, 반드시 자신이 인간의 손가락은 6개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 하겠다며, 밝고 힘찬 목소리로 나에게 재잘 거렸다. 나는 친구에게 조심히 다녀오라는 말을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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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의 내가 친구가 그 동굴에서 못 돌아 올것을 알았다면, 가겠다는 친구의 엔진을 강제로 꺼버릴수 있었을까? 친구는 돌아오지 못 하였다. 동굴에서의 실종, 하필 친구와 동료 연구원들, 그리고 동굴 탐험대가 들어가고 2-3시간 사이에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산사태와 더불어, 토사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동굴이 무너졌다고 한다. 심지어는 이번이 처음으로 이루어진 탐사 이었기에, 생존자 혹은 시체를 찾는거 조차 기대를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 이었다. 친구는 그렇게, 그렇게 나의 곁을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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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친구와 다른 이들은 찾지 못 하였다. 1년이 넘는, 오랜 시간의 탐사에도 불구하고 시체는 커녕 흔적조차 찾는것이 힘들었다. 유일하게 남아있던, 친구의 이름이 적힌 작은 수첩 하나, 그것이 친구가 세상에 존재 하였다는, 이 세상을 떠 다녔다는 유일한 증거로 세상 밖으로 올려졌다. 수첩에는 살아생전, 연구를 하였던 흔적이, 동굴 밑에서의 죽음의 공포들이, 빼곡이 적혀 있었다. 친구의 장례식은 간소 하였다. 관에는 그 무엇도 없는, 작은 사진 한장과 친구의 가족들이 들고온 친구의 물건들로 채워졌다. 나는 수첩을 넣으려 하였지만, 친구의 가족들은 수첩을 이용해 친구의 연구를 누군가 이어갔음 하는 바램에, 친구의 수첩과 친구의 지난날의 연구들은 나에게로 임시적으로 나에게 모두 건내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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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친구의 흔적들을 보기 어려워, 상자에 담아 깊숙이, 친구의 기억과 함께 깊숙이 숨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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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년의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그 동굴은 탐사가 어려워 지난 날보다 채 20m도 더 탐사되지 못 하였고, 더 이상의 탐사는 시간 낭비라 생각한 후속 탐사대와 구조당국은 출입 금지 표지판만을 세워둔채 그곳에서 떠나 버렸다. 나는 깊숙이, 오래, 긴 시간 동안 묻어 두었던 친구의 작은 수첩과 연구들이 들은 상자를 꺼내었다. 퀴퀴한 먼지가 가득 했음에도, 여전히 친구가 옆에서 손가락에 대해 재잘거리며 떠드는 느낌이 들었기에,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나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친구의 수첩을 다시금 펼쳐, 다시금 꼼꼼히 읽기 시작 하였다. ‘00월 00일 00시 탐사 시작‘, ’00구역 지나감, 초기 인류의 흔적들을 발견, 후의 재탐사를 위한 지도 표식.’, ‘동굴 입구 쪽에서 커다란 굉음?’. 굉음이라는 기록 이후에는 친구의 생존의 대한 기록들이 빼곡 하였다. 식량의 잔여양, 식수량과 같은 다양한, 나는 한번에 몇장씩 넘기며 친구의 마지막을, 마지막 장을 향해 달려갔다. 마지막 장에는 단 두줄의 기록이, 급하게 휘갈겨 쓴 듯 몇몇 글자는 알아 볼수 없을 정도였지만, 단어 단어의 순서를 유추하여 나는 읽었다.


 ‘나는 비로서 마지막에 와서야 그것을 발견 하였다. 그래, 분명 6개, 나는 분명 6개의 손가락을 마침내 발견 하였다.’


 친구는, 오랜 시간 인간의 손가락 연구에 매달려온 나의 친구는 마지막에 가서야 인간의 손가락이 5개가 아닌 6개라는 증거를 발견한 모양 이었다. 하지만 이게 무슨 소용인가, 친구는 저 동굴 밑, 어딘지도 모르는 저 땅속 깊은곳에, 친구가 늘 바래왔던 인간의 6개의 손가락의 증거와 함께 뭍혔는데 말이다. 나는 한숨을 푹 쉬고는 수첩은 나의 서랍 깊숙한 곳에 넣었다. 나머지 연구 자료들은 친구의 후배 연구원이라는 이들에게 모두 넘길 생각이다. 6개의 손가락, 늘 친구가 말했던 6개의 손가락. 나는 손을 활짝 펴 천장의 전등에 비추어 보았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총 다섯개의 손가락, 친구가 알아내고 싶었던 6번째 손가락, 이제 그것은 나의 서랍에, 그리고 저 밑 깊은 동굴에 친구와 함께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다.

2026년 1월 30일 금요일

책 - 수확자 시리즈 리뷰


제목 - 수확자 - 선더헤드 - 종소리
페이지 - 512페이지 - 576페이지 - 736페이지
작가 - 닐 셔스터먼
가격 - 전권 16,650원


수확자 시리즈는 미래의 인류가 과학기술로 영생을 보장받고, AI정권 아래에 풍요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AI는 모든것을 합리적으로 효율적으로 모든 행위를 하기에 더 이상 지구에는 가난도 굶주림도 없는 세상 이지요.
인류는 끊임없이 증가하고 더이상의 인구 증가는 파멸만은 가져올것이라 판단한 인류는 수확자라는 단체를 만들기에 이릅니다. 수확자는 수확자 법률 아래, 자신의 신념대로 혹은 행동 규율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목숨을 ’수확’하며 인구수를 유지 합니다.

=아래부터 책의 주요한 스포일러가 포함 됩니다.=

인류는 수확자라는 단체를 만들며, 인간의 삶을 끝내는 일은 AI가 아닌 인간의 손이어야만 한다는 생각에, AI의 관여을 일체 금지를 하였습니다.
수확자들의 기준이 무엇인지, 수확을 하는데 있어, 너무나도 잔혹하지는 않는지, 반인류적인지 등등의 문제들을 AI가 관여를 못 한다는 말이죠.
책은 이러한 단체가 생기고, 만일 그러한 단체에서 살인을 즐기는, 누군가의 삶을 ‘수확‘ 할수 있다는 그 살인면허를 권력으로 여기고, 휘두르는 이가 생긴다면 어떻게 될것인가를 소설로써 그려가고 있습니다.
AI인 선더헤드는 그러한 수확자들이 반인류적인 행위로 수확을 하는것을 알고 있음에도, 관여를 할수 없다는 규칙으로 인해 관찰만 가능한 상황에 AI인 선더헤드는 간접적 관여를 하기로 결정합니다.
결론적으로는 해피엔딩인 이야기 입니다.
그런 권력욕에 찌든, 살인을 즐기는 수확자들은 결국에는 파멸하고 주인공과 그 일행들은 행복하게 살것입니다. 라는 해피엔딩이죠.

개인적으로는 결말이나, 세계관 서술에 있어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것은 사실입니다.
상당히 매력적인 세계관, AI가 통치하는 이상적인 지구, 인구수 조절을 위한 수확자라는 존재, 다양한 지역들, 특히 아쉬웠던 부분은 일부 몇몇의 지역은 그곳의 주민들의 요청의 의해, 혹은 AI의 통치 실험을 위해 타지역과는 차별화 되는 법률이나 환경 아래에 살아가는데, 이러한 지역에 대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는 기분을 떨쳐버릴수 없었습니다. 물론, 이야기 라인상 그러한 작가의 선택을 옳았다고 말할수 있겠습니다만,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것은 어쩔수 없는거 같습니다.
결말에서는 흔하디 흔한 주인공과 그 일행들이 열심히 노력하여, 악당을 물리치고 결국에는 다들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류의 흔한 해피엔딩이라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주요 타겟 독자층을 어디로 설정하였는지, 10대 청소년 도서로써 생각을 한다면, 권선징앙의 스토리 라인이 이해가 안 가는것은 아닙니다만…
훗날에 작가분께서 세계관집이나, 속편을 낼지는 모르겠습니다. 매력적인 스토리에 매력적인 세계관, 2차창작의 여지나 속편의 가능성이 충분히 보이는 작품이라 언젠가는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참으로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된것 같습니다.
만일, 지금까지의 인류를 뛰어넘는, 신에 가까운 AI가 나온다면 과연 인류는 AI에게 온전히 정권이나 지구의 시스템을 넘길수 있을까?
수확자라는 시스템은 과연 얼마나 유지가 될까?
인류가 무한히 증가한다고 하여, 수확자라는 시스템을 만들어 살인면허를 발급해도 되는것일까?
저는 이 책을 읽으며, 과연 인류가 무한한 삶을 얻는다면, 과연 인류는 정신을 유지가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상당히 많이 하였습니다.
물론 책에서는 나노봇을 통한 정신 유지나, 사회에 별로 필요는 없지만 명목상 직업을 가지는 등의 여러 보안 장치를 해 두었지만, 무한한 시간 속 무한한 경험들…
누군가에게는 다양한 경험을 하는, 다양한 자극을 받는 무한한 삶 일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저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 순간 이었습니다. 시간이 무한하다는 것은 얼핏 들으면 축복과도 같지만, 그런 억겹의 시간동안 다양한 경험을 한다고 한들, 인류는 과연 행복할수 있을까요?
예전에 어딘가에서 본 글이 문득 ‘인간이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고 느끼는 이유는 어릴떄에 비교해서 모든 자극이 익숙해서, 새롭지가 않아서 빠르게 간다고 느끼는 것이다.’라는 말이 생각이 났습니다.
과연 인간은 그런 무한한 시간속을 살아가며… 무한한 경험속에서… 무한히 지낸다면…
제가 만일 소설속 누군가 였다면 오히려 수확자를 기다리는 입장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글을 끝 맺으며, 이 소설책들은 킬링타임용으로도,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으로써도 매력적인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몇가지의 아쉬움이 있지만, 나름대로의 탄탄한 스토리 라인에 술술 읽히기도, 오랫동안 생각에 잠기게도 만든 재미난 책 이었습니다.



2025년 12월 8일 월요일

푸른빛 밤 하늘 아래서

 지금이 몇년도인지는 모른다. 아버지 말마따나 아 2100년쯤? 되었을 것이다. 이마저도 정확하지는 않는것이, 아버지는 지난 몇년간 치매와 비슷한 뇌질환을 겪고 있기에 저 년도가 제대로 되았다고 생각하기는 어렵기 떄문이다. -가끔씩은 스스로도 잘 기억하지 못 한다.- 내 나이는 아마도 17살이나 18살쯤 되었을 것이다. 지금의 시대에서는 나이를 세는게 일반적으로 의미가 없어졌지만, -좋은쪽이나 나쁜쪽이나- 나의 부모님은 나의 나이든 성별이든 확고히 하고자 하였다. 성별또한 이제는 의미가 없는데, 나의 부모님 세대에서는 xx이니 xy이니 하는 전통적인 관점의 성별, 그밖의 트랜스젠더이니 뭐니 하는 다양한 성별이 있었다고는 한다. 지금에서는 그런 모든 성별은 사라지고, 부모님 세대나 혹은, 특이하게 성별을 정하고 싶어하는 일부 사람을 제외하고는 성별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감당 불가능한 무한한 인구증가를 방지한다.’라는 명목으로 인류는 세포단계, 유전자 단계에서부터 성별을 적출 당하며, 그덕인지 지구상의 인구는 100억명에서 만명 단위로 약간씩 오르내릴뿐 매년 큰 변화는 없다. 예전에 부모님의 서재에서 본 책에서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다리 사이에 생식가관이라는 것이 있었다지만, 지금 나에게는 그저 자그만한 구멍 하나와 -소변 배출을 위한- 항문이 위치해 있을 뿐이다. 이전의, 그니까 부모님 세대는 유전자 단계에서 적출을 하지 못하여, 병원에서 물리적 적출을 하였다고 한다. 당연하게도, 일부는 이러한 정책을 반대하며 숨어들거나 소요사태를 일으켰다고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공기중으로 확산시킨 ’성 억제제’라는 나노봇으로 인해 물리적으로 존재는 하지만, 없는거나 마찬가지인 상태가 되었다고 한다. 이때쯤 부모님은 물리적 성별도 적출하기 위해 방문한 병원에서 나의 존재를 알게되었고, 나는 선택권도 없이 유전자 단계에서 성별을 적출 당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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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의 삶은 나름대로 평범하게 지낸거 같다. 아버지는 늘상 이런 삶은 사는게 사는게 아니라고 말하였지만, 나로써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분명 학교를 다니기는 하였지만, 기초학교에서는 수학이나 과학, 글자 같은것을 배웠고, 중등학교나, 고등학교에서도 비슷하게 배웠지만 크게 무언가 의미가 있다거나 삶의 도움이 되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나는 지금 스크럽 -고철이나 고물-을 주우며 살고있고, 대부분의 직종이 AI 로봇으로 대체된 지금은 직종이란것을 가지고 있다는것이 놀라울 일이니까 말이다. 대부분의 식량이나 생필품은 윗층에서 던져주기에 그다지 일이라고 할 필요가 없지만, 가만히 있으면 죽은거나 다름없다는 부모님의 성화에, 그리고 가끔씩 쓸만한 스크럽을 주워 윗층과 연결된 재생산구획에 가면 윗층에서만 구할수 있는 간식거리나 물품들을 주고는 하기에 스크럽을 꽤나 열심히 모으고는 한다. 물론 부모님은 내가 윗층의 물건이나 간식들을 가져오는것을 마음에 들어 하지는 않지만, 여기 물건보다 맛있고 편리하기에 그런 반대에도 나는 묵묵히 가져간다. 재생산구획 옆에는 수십수백개의 캡술이 줄줄이 달린 거대한 건물이 있는데, 여기는 일종의 데이터구획으로 사람의 뇌를 이용하여 데이터를 저장한다고 한다. -인간의 뇌가 생각보다 효율이 좋다고 한다.- 듣기로는 옛날의 한 영화로부터 영감을 받아 이러한 시스템을 개발을 하였다고한다. 이곳에서 스스로 저장소로써의 삶을 선택한 이들은 가상세계에서 원하는건 무엇이든 할수있고, 본인이 워한다면 언제든지 저장소로써의 삶을 그만둘수는 있다고는 한다. -아직 한번도 나오는 사람을 보지는 못 하였다.- 데이터구획 외벽에는 늘상 저장소로써의 삶이 얼마나 윤택한지의 대한 광고가 매시간, 매분, 매초 ‘질 좋은 영양소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가상세계에서의 삶‘을 홍보를 한다. 아랫층 부모님 세대의 대부분이 저러한 삶을 사는것을 택했다고들 하던데, 주변에 나의 부모님을 제외하곤 그 나이대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은것으로 보아 맞는말인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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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스크럽을 교환하는 날이다. 지난 일주일간 모은 스크럽을 아버지가 이전에 쓰던 트럭에 -스크럽과 별반 달라보이지는 않지만- 싣고는 재생산구획으로 향하였다. 지나가는 거리마다 묘한 비린내가 나지만 -아마 사람들의 오물 냄새- 거리에 사람들은 신경조차 쓰지 않고 위층에서 던져준 단백질 블록이나, 과일 모양의 비타민 덩어리를 우걱우걱 씹어 먹고있다. 과일 이라는것은 한번도 본적은 없지만 부모님이 항상 저런거는 진짜 과일이 아니라고 매번 소리쳐서 알게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재생산구획에서 일정량 이상의 스크럽을 모아오면 실제 과일을 준다기에 지난 일주일간 온갖 구획에 있는 스크럽이란 스크럽은 다 모아 가져가는 중이다. 역시나 오늘도 그다지 모아온 사람은 없는건지 -다들 가상세계나 비타민 덩어리로 만족한다- 재생산구획에 사람은 별달리 없었다. 재생산구획의 관리자는 신체의 대부분을 기계로 대체한 -딱히 필요성은 없지만 편하다거나 외형때문에 선호하는 이들이 있다.- 융통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꽉 막힌 그런 사람 이다. 오늘도 트럭을 이끌고 들어가자 관리자는 기계다리를 질질 끌며 다가왔다. 스크럽 대부분을 녹여서 다시 씀에도 뭘 그리 트집 잡을것이 많은지, 스크럽 더미 여기저기를 들쑤시며 툴툴 되다가, 어느샌가 스크럽 더미를 압착 장치에 옮기고는 압착을 하였다. 관리자는 조수석 쪽으로 작은 상자를 하나 툭 던지고는 차 앞바퀴에 침을 툭 뱉었다. 나는 상자를 뜯어보지도 않고는 차를 돌려 집으로 향하였다. 집은 여기서 2-30분거리, 아랫층 외각에 위치한 작은 집이다. 다른 낡은 집들보다는 아버지가 멀쩡하던 시절 꽤나 열심히 관리를 하였기에 더 깔끔해 보이기는 하였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죽고 나서는 하루종일 서재에 틀어박혀 책을 읽는것이 일상이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치매를 얻고 나서도 -치매인지도 모르겠지만- 서재에서 책을 보는 풍경이 일상 이었다. 나는 자연히도 아버지를 찾아 서재 문을 열었다. 아버지는 서재에서 목을 메었다. 천장에 잘 묶인 벨트, 기다랗게 나온 혀, 창백하게 변한 피부, 썩 유쾌한 모습은 아니었다. 아버지는 목을 메기전에 구급드론을 호출을 하였는지 먼 발치에서 위옹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병원에서는 스스로 삶을 끝냈기에 소생이 불가능 하다는 통보, -소생이라고는 하지만 아랫층 사람들은 숨만 붙여 놓는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그리고 아버지의 마지막 음성이 담긴 작은 녹음기기를 주었다. 아버지는 자신이 스스로 죽일 것 이라는것, 치매로 인한 충동적 선택이 아니라는것, 그리고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 집으로 돌아와 청소후 먹은 작고 붉은 이름 모를 과일은 약간 딱딱하고, 은은한 단맛이 감돌았다. 아버지는 이 과일의 이름을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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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은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유해를 완벽하게 소각을 시켰다. 언제 그런 유언을 남겼는지는 잘은 모르지만, 덕분에 이런저런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 고생을 덜었다. 나는 다른 사소한 몇가지 절차 -뼛가루를 보관 할것인지, 병원에 처리를 일임 할것인지-만 정하고 집으로 돌가오면 되었다. 나는 당연하게도 병원에 처리를 맡기고는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애초에 어제 병원에 아버지의 시체와 함께 왔을때 이런 처리까지 전부 해 주었으면 좋았을 걸 왜 꼭 두번 발걸음을 하게 만드는지는 모를 일이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전날 못다한 정리를 다시 시작하였다. 케케묵은 앨범, 오래된 옷들, 박물관으로 가야할거 같은 수백권의 책들까지 차곡차곡 트럭으로 옮겼다. 나는 주거구획 구석진 곳에서 옛물건을 모으는 특이한 성향을 가진 사람을 만나러 트럭을 운전 하였다. 트럭도 이제는 슬슬 망가질려고 하는것인지 기괴한 소리를 빽빽 질르며 도로를 달렸다. 그 사람의 집은 온갖 고물로 점칠된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혼란해 보이는 집 이었다. 괴상한 집에서 여전히 안경을 고집하는, 아랫층에도 조악하지만 시력 교정술이-부작용으로 거진 2달 정도는 앞을 제대로 못 보지만.- 받을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지 꽤나 지났음에도 여전히 안경이라는 특이한 물건을 고집하는, 집 외부에도 내부에도 스크럽으로 취급하기도 민망한 온갖 고물들을 잔뜩 쌓아놓고 사는 사람 이었다. 내가 트럭에서 내리자, 내가 오는것을 보았는지 문을 열고는 커다란 안경을 들어올리며 의외라는 표정으로 나를 맞이 하였다. 그 사람은 나와 트럭을 번갈아 보며 상당히 많은 질문-별 영양가도 없는-을 던졌지만, 그다지 어울리고 싶지는 않아 단답으로, 그저 아버지가, 이제는 필요가 없기에, 당신이 흥미가 있다면, 트럭을 포함한 이 일체를 전부 가지라는 말만을 남기고는 뒤돌아섰다. 그 사람은 내가 한말을 제대로 이해는 한 것인지, 아니면 마지막, 전부 가지라는 말만을 이해한 것인지는 몰라도 웃으며 뒤돌아 걸어가는 나를 향해 웃으며 연신 감사함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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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시간이 흐른건지 밖을 보아도 알수가 없다. 물론 시간을 안다고 하여도 딱히 크게 의미가 있는것은 아니지만, 부모님의 영향으로 시간을 보는것이 버릇이 되어버렸다. 이럴줄 알았으면 그때 시계 하나 정도는 남겨둘걸 하는 약간의 후회가 남았지만, 딱히 시계를 산다거나-구할수 있는지도 모르지만- 다시 찾아온다거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시간이 몇시든 아랫층은 항상 밝았고, 부모님의 말로는 시계라는것도 언제 부터인지 차츰 모습을 감추었다고 한다. 하늘에는 항시 등이 켜져 있는지-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른다.- 낮에는 주광색과 백광이 공존하였고, 저녁과 밤에는 짙푸른 빛이 세상을 덮었다. 자연광이 존재하지 않는 아랫층에는 이마저도 윗층의 관대한 복지라고들 하는데, 부모님은 항상 퍽이나 관대한 복지라고 비꼬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나와 주변의 이들은 자연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기에 나로써는 그런 부모님의 말이 신기할 따름 이었다.-아마 부모님이 아니었으면 자연광이라는 단어도 몰랐을 것이다.- 창밖을 슬쩍 보니 푸른색, 눈이 아플정도로 쨍한 푸른색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아마 옛말로 밤일것이다. 부모님은 항상 이시간에는 수면이라는 것을 취해야 한다고 말하였지만, 과학의 힘으로-윗층의 은혜로- 특별히 수면이 필요하지는 않았기에, 나는 항상 푸른 빛을 맞으며 멍하게 바깥을 구경하고는 하였다. 가끔은 가상세계 장치를 이용해서 가상세계의 삶을 지내다 오기도 해보았으나 그다지 즐기지는 않았던거 같다. 부모님이 싫어하시기도 하였고, 무엇보다 기억이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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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웅 거리며 가상세계 장치가 가동을 시작하였다. 가상세계에 들어가자마자 보인것은 수많은 광고창, 시야를 완전히 가릴만큼 끝도없이 켜진 수많은 광고창이 나를 먼저 반겨 주었다. 광고에는 하나같이 자신들의 데이터 센터의 저장장치로써의 삶을 선택하라는, 저장장치로써의 삶을 선택한다면 가상세계의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는 멘트가 광고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적혀 있었다. 생존에 필요한 모든 영양소는 무료로 제공, 원한다면 얼마든지 그만둘수도 있다는 의례적인 멘트까지 잊지 않고 넣은 정성에 없어진 감정에 다시금 감동이라는 글자가 새겨질뻔 하였다. 나는 광고창을 하나하나 꺼버리고-광고창을 한번에 끄지도 못 한다.- 하얀색 빈공간의 가상세계를 보았다. 나는 이것저것 불러내어 이런저런 활동을 하였다. 아니 아마 그랬을 것이다. 항상 그렇듯이 가상세계 장치를 머리에서 벗으면, 처음 보았던 광고를 제외 하고는 모두 잊어버린다. 시간 제한도 5시간 가량으로,-물론 가상세계의 시간과 현실 시간은 다르게 흐르지만- 제한시간이 끝나면, 그저 기계가 꺼진다라고 한다. 단편적인 몇가지, 인상적이거나 흥미로운 기억은 조금씩 남는편인데 어쩌면 그래서 사람들이 스스로 저장장치가 되는 삶을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도 만약 저장장치가 된다면 지금 기억에 남는, 어떤 생물인지도 모를, 점박이의 작은 생물체와 다시한번 놀수 있지 않을까하는, 그런 생각이 문득 드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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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다시 의미없는 며칠의 시간이 더 지나갔다. 차라리 의식이라도 없었으면 이런 의미가 없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지나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부모님이 계셨다면, 아니 적어도 아버지라도 계셨다면, 시덥지 않은, 몇가지 남지도 않은 기억의 편린들을 들으며 시간을 보낼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옛사람들은 이래서 억지로라도 잠에 들었던 것인지, 모를일이다. 나는 일주일만에 다시 스크럽을 모아 재생산구획으로 향하였다. 솔직히 얼마만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앞뒤가 꽉 막힌 그 사람은 변함없이 인상을 잔뜩 구기면 나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오늘은 내가 모아온 스크럽을 평소처럼 뒤적거리지도 않고는 바로 압착기로 던져 넣었다. 조수석 쪽으로 작은 상자를 던지고는 나에게 문득 말을 걸어왔다. 요지는 자신이 담당하고 있던 이 구획이 저장장치구획이 확대됨에 따라 빠른 시일내로 다른곳으로 -이곳에서는 1시간, 집에서는 1시간 30분 거리-옮긴다는 설명 이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 사람은 ‘이래서 감정을 절제한 인간들이란‘ 말과 함께 앞바퀴에 침을 툭 뱉고는 뒤돌아 섰다. 그 사람은 뒤돌아 가면서도 연신 ’이래서 감정을 글로 배운것들은 안 된다.‘며 투덜되며 건물로 들어갔다. 나는 차를 돌려 집으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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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멍하니 푸른 빛 밤하늘을 봐라보았다. 진짜 하늘은 어떤 모습인지 예전에 부모님이, 어머니가 설명을 해준것도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아마 하얀 바탕에 검은 점들이 수많이 찍혀있는, 고요한, 그리고 꽤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고 말했었던것 같다. 띠링띠링 거리며 휴대용 통신장치가 울렸다. 아마 매일같이 오는 수많은 광고 중에 하나일 터였다. 예상같이 흔하디 흔한 광고, 고급 영양소를 제공하는 저장장치로써의 윤택한 삶을 즐기라는 광고였다. 평소 였으면 광고를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않고 넘겼을 테지만, 왜인지 문득 나는 광고 하단에 있는 통신번호로 통신을 연결 하였다. 어느시간에나 받는 AI 직원이 나를 반겼다. 나는 의례적인 몇가지 질문-언제든지 그만둘수 있는지, 생존은 보장이 되는지, 가상세계의 모든것을 정말로 다 사용이 가능한지-들을 던졌고, AI 직원은 형식적인 답변을 되돌려 주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내가 왜 이 질문을 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만두는지 질문하였다. AI 직원은 잠시 생각을 하는것인지, 잠시간의 침묵이 흐르다 이내 그 누구도 되돌아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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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나의 흔적들을 지우기 시작하였다. 흔적을 지우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저 폐기물 정리 로봇을 부르고, 모든 물품들을 처리해 달라고 하면 그만인 일 이었다. 2시간도 채 되지않아, 폐기물 로봇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요청한 모든 물건들을 전부 싣고는 가벼렸다. 나는 유일하게 남겨둔 겉옷을 입고, 재생산구획으로 향하였다. 여태까지는 차를 타고 가서였는지 유난히 이번에는 거리가 더욱이 멀게 느껴졌다. 괴팍한 그 사람은 나에게 다가와 차도없이, 스크럽도 없이 왜 왔냐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나도 내가 왜 재생산구획으로 향하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버릇일터. 나는 내가 사라지면 의미가 없어질 집의 열쇠를 그 사람에게 건내었다. 그 사람은 나에게 당황하는 눈빛으로 이것을 왜 주냐고 묻는 눈치였지만 나는 그런 그를 내버려두고는 바로 옆에 위치한 저장장치구획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뒤에서 그 사람이 연신 나에게 무어라 소리치는거 같았지만, 나는 무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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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장장치구획으로 들어가자 이미 내가 올것을 예상이라도 한 것인지, AI 직원이 나를 이끌고는 이런저런 통상적인 설명-모든것이 안전하다, 가상세계의 모든것을 이용 가능하다.-을 하고는 넓다란 화면이 달린 장치를 내밀었다. 마지막으로 저장장치로 나의 뇌를 이용한다는 최종 동의서, 무언가 글자가 뺴곡하게 적혀 있었지만, 나는 그다지 집중해서 읽을 생각일랑 하지않고 슥 보고는 동의함을 표하였다. AI 직원은 빙긋 웃고는 나를 이끌고는 승강기로, 윗층으로 향하였다. 승강기 양옆으로 줄줄이 있는 캡슐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눕혀져,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의 삶을 연명하고 있었다. AI 직원은 어느 한 구석의 나보다는 조금 더 큰거같은 캡술로 나를 눕혔다. 몸 이곳저곳에 여러 장치를 부착하고는 캡슐 뚜껑을 닫으며 나에게 ‘행복한 삶 되십시오.’라는 말을 남겼다. 몸 여기저기 부착된 장치들은 내가 만약 의식이 있다면 필히 불편해서 스스로 뜯어내었을 정도로 거추장스럽기 그지 없었다. 라는 이제와서는 별 의미도 없을 생각을 하고있자 발밑에서부터 천천히 보라색 빛깔의 끈적한 액체가 꿀렁꿀렁하며 차오르기 시작하였다. AI 직원이 분명 괜찮다고는 하였지만, 그럼에도 숨막히는 기분은 싫어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두눈을 질끈 감았다.
 눈을 감기전 마지막으로 본 하늘은 유난히 푸르고 짙은 파란색 하늘 이었다.

어찌저찌 살다보니 호주까지 왔습니다. - 살어리엇다 살어리엇다… 흘러가듯 살다보니 어느새 7월 중순이다.

  안녕하세요… 또 거진 한달만에 돌아온 블로그 주인장 입니다. 제목마냥 흘러가듯 살다보니.. 홍수에 휩쓸린거 마냥 흘러가다보니 어느덧 7월 입니다. 근래에는 별별 일들이 많았는데, 일단 제가 먼저 이사를 했습니다. 이 부분도 할말이 정말 많은데,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