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21일 금요일

어느 악마의 이야기

 어느 세상의 끝자락 한 악마가 있었습니다. 악마는 언제나 배가 고팠으며 악마의 배고픔을 채울수 있는것은 세상 그 어디에도 있을거 같지 않았습니다.

 악마는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세상을 바라보며 어느 맛있어 보이는 영혼을 가진 인간 하나를 찾았습니다. 인간은 간절하게 신에게, 아니, 누군지도 모를 존제에게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누군든 상관이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라도 제 기도를 들어주시길…”

 인간의 기도는 간절 하였지만, 어느 이 하나 들어주는 이가 없었기에 인간의 기도는 더더욱 커져가는 듯 보였습니다. 악마는 그런 인간이 궁금하면서도 배가 고팠기에 -아마 배고픔이 더 컸을 겁니다.- 악마는 인간에게 다가갔습니다. 악마는 인간에게 물었습니다.

 “네가 바라는게 무엇이냐?”

 악마의 달콤한 속삭임에도 인간은 악마의 생각보다는 담담하게 -어쩌면 이미 예상을 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답을 하였습니다.

 “저의 그이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악마는 인간의 이해할수 없는 소원에 크게 비웃으며 물었습니다.

 “인간이여, 나는 악마다. 네가 모를수도 있겠지만, 나는 인간의 영혼을 대가로 소원을 들어준다네, 겨우 그런 소원으로 네 영혼을 팔 셈인 것이냐?”

 “네, 악마시여 제 소원은 단 하나입니다. 그이가 행복해지는것 그것 하나 뿐입니다.”

 인간은 고민할 가치도 없다는듯, 별 다른 고민도 없이 대답을 하였습니다. 악마는 그런 인간에게 다가가 두눈을 유심히 바라보았습니다. 인간의 두 눈은 마치 기사의식을 치루는 기사의 눈과 같이 의지가 결열해 보였기에 악마는 고개를 끄덕일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래, 좋다 너의 소원을 들어주지, 그럼 네 영혼을 가져가지.”

 “알겠습니다. 제 모든것, 제 모든것을 가져가시고 그이를 행복하게 해 주십시오.”

 악마는 인간의 만족스런 대답에 입맛을 다시며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레스토랑의 손님마냥- 인간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인간의 머리에 커다랗고 흉측한 자신의 손을 가져다 되었습니다. 인간에게 요사스런 주문이 걸면서 문득 한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과연 저 인간의 그이가 그리고 무엇이 저 인간의 모든것을 걸만큼 절박 하였는지,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 하였습니다. -인간의 대한 호기심 보다는 아마 식사거리가 하나 더 늘어날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더 컸을 겁니다.- 악마는 인간의 혼을 작은 병에 가두고는, 인간의 영혼이 빠진 빈 거죽을 뒤집어 썼습니다. 악마는 지금 당장이라도 인간의 혼을 꿀꺽 삼켜버리고 싶었지만, 마지막 만찬을 더욱더 즐기기 위해서 잠시간의 인내심을 가지기로 하였습니다. -악마에게 있어서 인간의 평생은 찰나에 불가 하니까요.- 인간의 거죽을 뒤집어 쓴 악마는 인간이 바라 머지않던 그이가 어떤 인간인지 알기위해 작디작은 방을 뒤지기 시작 하였습니다. 인간의 방에는 작은 크기만큼 인간의 소유물도 별다를게 없었습니다. 작은 방, 작은 창문, 작은 의자, 한명이 겨우 누울수 있을거 같은 작은 침대, 그리고 그 작은 방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책장. 커다란 책장에는 색색깔의 표지를 가진 앨범들이 잔뜩 꽃혀 있었습니다. 악마는 책장에 꽃혀있는 수많은 앨범중 가장 이뻐 보이는 그리고 가장 두꺼운 앨범을 하나 꺼내어 펼쳤습니다. 앨범에는 꽤나 중성적인 외형의 인간 한명이 환하게 웃으며 어딘가에 앉아있는 모습의 사진이 제일 앞장에 붙여져 있었습니다. 그 여성인지 남성인지 모를 -악마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나머지 페이지에도 한가득 붙여져 있었습니다. 악마가 다른 앨범을 꺼내 펼쳐 보아도 모두 다른 장소, 다른 시간일뿐, 모두 같은 인간의 모습 이었습니다. 악마는 이러한 인간의 감정에 감탄하며, 사진 속 이 인간이 자신이 뒤집어 쓴 인간의 소원 속 인간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꺠닭았습니다. 악마는 책상위에 잔뜩 쌓인 편지들을 보았습니다. 편지는 거진 대부분 같은 사람에게서 온듯 보였습니다. 악마는 쌓인 편지를 몇개 꺼내들어 읽기 시작 하였습니다. 흔하다면 흔한 그런 사랑을 속삭이는 편지, 하지만 이 두인간은 가난에 시달리는듯 하였습니다. 편지지들은 낡고 해진것들이 대부분 이었으며, 편지속 내용도 서로 사랑하지만 가난으로 강제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게 된것에 대한 슬픔의 노래 였습니다. 가난으로 인해 슬픔을 노래하는 두 사람, 악마는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악마는 편지속 주소로 흥겨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편지속 주소로 도착하니 거죽의 인간의 집과도 같은 작은집, 하지만 퍽 예쁘게 꾸며진 집 이었습니다. 악마가 집의 문을 부드립게 노크를 하자 사진속 인간이 놀란 얼굴로 뛰어 나와 꽉 악마를 껴안았습니다. 악마는 당장이라도 자신을 껴안은 이 인간을 영혼을 쏙 빼내어 맛있게 먹어 치워버리고 싶었지만, 거죽의 인간의 소원을 생각하며 꾹 참았습니다. -악마가 약속을 한 소원은 꼭 이루어 주어야만 하기 떄문이죠.- 악마는 자신을 껴안은 인간을 진정 시키고 집안으로 같이 들어갔습니다. 집안은 작은 집만큼이나 내부도 조그만 했습니다. 인간은 찻 주전자에 물을 끓이며 악마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벌써 돌아 오셨나요? 분명 편지에는 5년 정도 못 돌아 오신다고 하셨잖아요.”

 “이번에 좋은 기회로 큰 돈을 벌게 되었거든요.”

 악마는 대답을 하며 품속에서 금화 몇개를 꺼내었습니다. 반짝이는 금화에 인간의 눈은 휘둥그레지며 탐욕이 슬며시 올라오는게 보였습니다. 악마는 그런 인간의 탐욕스런 눈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후로 인간과 악마는 즐거운 나날을 보내었습니다. 가끔 인간이 악마에게 예전과는 조금 달라진거 같다는 말을 하였지만, 그떄는 금화만 몇개 꺼내면 되는 일 이었습니다. -금화를 꺼내면 그런 의심이 쏙 들어 갔거든요.- 시간이 지나며 악마와 인간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고, 추억을 만들어 갔습니다. 아이는 다른 또래들과는 다르게 조금 더 못된 성격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아이에게 피해 받은 인간들에게도 금화를 보여주면 금새 불만이 사라졌거든요.

 또 다시 시간이 지나고, 어느날 한 성직자와 악마와 인간의 집 근처를 지나가는 길 이었습니다. 성직자와 악마는 마주쳤고 성직자는 뚫어져라 악마를 잠시간 쳐다 보더니 조용히 손을 내밀었습니다. 악마는 품 안에서 금화를 몇개 꺼내어 성직자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성직자는 언제나 가난 하거든요.- 성직자는 만족한 표정으로 동전이 가득한 주머니에 악마가 준 금화를 집어 넣고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길을 떠나갔습니다. 또 다시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아이는 장성하여 둥지를 떠났고, 악마는 인간의 평생을 함께 보내었습니다. 어느덧 인간의 인생에 최종장이 다가왔습니다. 악마는 자신이 뒤집어 쓴 거죽의 인간의 영혼을 불러 내었습니다. 인간은 자시이 사랑하던 그이의 늙은 모습을 보고는 흠칫 놀라는 듯 보였습니다. 인간은 악마에게 물었습니다.

 “그이는 행복 했습니까?”

 악마는 대답을 하려다,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악마는 인간의 거죽을 뒤집어 쓴 상태로 악마의 상징인 날카로운 뿔과 박쥐 날개를 꺼내들었습니다. -이 두가지가 꼭 악마의 상징은 아니지만, 인간들은 그리 생각을 하나 봅니다.- 악마는 영혼을 세워 두고는 침대에 잠들어 있는 인간을 깨웠습니다. 인간은 눈을 부스스 뜨며, 불가 얼마전까지 사랑을 속삭인, 이의 머리에는 날카로운 뿔이, 등 뒤에는 검은 박쥐의 날개가 생긴것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는듯 보였습니다. 악마는 그런 인간의 반응이 우스운지 깔깔 웃으며 인간의 귀에 속삭였습니다.

 “너의 사랑하던 이는 너의 행복을 위해 오래전에 나에게 영혼을 팔았지, 자 너에게 두가지 선택지를 주겠다. 첫번째 선택지이다. 너의 그이의 영혼과 몸 둘다 되돌려주지, 그리고 너의 젊음까지 되돌려주마. 단, 자네의 그이가 영혼을 팔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자네에게 준 모든것을 되가져가도록 하마.”

 “그럼, 두번째 선택지는 무엇인가요?”

 인간은 침대에서 두려움에 떨며 악마에게 물었습니다. 인간은 슬픔인지, 불안인지, 악마에게 여태 놀아났다는 배신감인지 모를 감정을 숨기지 못 하고 덜덜 떨리는 목소리 였습니다.

 “두번째 선택지는 간단해, 나는 너의 그이의 영혼을 가져가고 이대로 떠나는거다.”

 인간의 눈은 바람에 흔들리는 창문 마냥 쉴새없이 떨렸습니다. 악마는 그런 인간의 모습이 재밌는지, 희죽희죽 웃으며 콧노래를 흥얼 거렸습니다. 얼마간 시간이 흘렀을까요. 인간은 선택을 한듯 떨리는 목소리로 악마에게 말했습니다.

 ”저는, 두번째 선택을 하겠어요.”

 인간의 대답에 악마는 환하게 웃으며 뒤를 돌아 보았습니다. 인간의 영혼은 절망에 휩쌓인 것인지 눈물을 줄줄 흘리며 주저 앉았습니다. 영혼은 간절한 눈빛으로 사랑하던 그이를 봐라보며, 애절하게 그이의 이름을 불렀지만, 인간의 눈에는 영혼을 볼수도, 들을수도 없었기에 영혼의 비탄어린 절규도, 슬픔에 빠진 표정도 볼수가 없었습니다. 악마는 그런 절망에 빠진 인간의 영혼을 꿀꺽 삼키고는 인간에게 싱긋 웃어보이고는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악마가 떠나간 자리에는 침묵만이 가득 하였습니다. 인간은 급히 침대 옆 서랍장에서 금으로 된 열쇠를 챙겨 지하실 창고로 달려갔습니다. 화려하게 치장된 잠겨진 문을 열자 그 안에는 금은보화가 그득하게 쌓여 있었습니다. 인간은 그제야 안심한듯 안도의 함숨을 푹 내쉬고는 다시금 침실로 올라가 신에게 다시는 악마가 찾아오지 말게 해 달라고 기도를 올렸습니다. 인간은 비록 사랑하던 이를 잃었지만, 창고에 가득 쌓인 금은보화로 여생을 왕처럼 보낼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한 상상을 하였습니다.

 어느 어두운 밤 이었습니다. 저 멀리서 부엉이는 사냥감을 찾고, 밤의 공기는 차갑게 내려앉은 밤 이었지요. 어두운 밤 저 멀리서 횃불 몇개가 인간의 집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횃불을 든 마을 사람들, 그리고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는 성직자, 그 옆자리에는 장성하여 둥지를 떠난 인간의 아이까지, 이들의 눈에는 광채가 빛났습니다. 이들이 집 앞으로 모이자 성직자는 외쳤습니다.

 “저 집에 악마와 계약한 이교도가 있다! 처단하는 자에게는 신의 축복이!”

 성직자의 외침이 끝나자 마을 사람들은 우르르 몰려가 인간의 집을 부수고 불태우며 모든것을 파괴하기 시작 하였습니다. 인간이 자신은 억울하다며 외쳤지만, 그 누구도 믿어주는 이 한명 없었습니다. 성직자와 그 인간의 자식은 침실 서랍장에서 창고의 열쇠를 훔쳐 지하로 내려갔습니다. 인간은 둘을 막기위해 안간힘을 썻지만, 인간 한명이 무엇을 할수 있었을까요? 결국 인간은 자신의 자식의 손에 죽임을 당했답니다. 인간은 죽임을 당하고 성직자와 그 인간의 자식은 금은보화가 가득한 참고 안을 보며 군침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욕망으로 가득찬 안광을 뿜어내는 마을 사람들도 있었지요.

 악마는 그런 인간들의 모습을 보며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 이후의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습니다. 그저 들려오는 소문으로는 여전히 금은보화를 두고 싸우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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