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몇년도인지는 모른다. 아버지 말마따나 아 2100년쯤? 되었을 것이다. 이마저도 정확하지는 않는것이, 아버지는 지난 몇년간 치매와 비슷한 뇌질환을 겪고 있기에 저 년도가 제대로 되았다고 생각하기는 어렵기 떄문이다. -가끔씩은 스스로도 잘 기억하지 못 한다.- 내 나이는 아마도 17살이나 18살쯤 되었을 것이다. 지금의 시대에서는 나이를 세는게 일반적으로 의미가 없어졌지만, -좋은쪽이나 나쁜쪽이나- 나의 부모님은 나의 나이든 성별이든 확고히 하고자 하였다. 성별또한 이제는 의미가 없는데, 나의 부모님 세대에서는 xx이니 xy이니 하는 전통적인 관점의 성별, 그밖의 트랜스젠더이니 뭐니 하는 다양한 성별이 있었다고는 한다. 지금에서는 그런 모든 성별은 사라지고, 부모님 세대나 혹은, 특이하게 성별을 정하고 싶어하는 일부 사람을 제외하고는 성별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감당 불가능한 무한한 인구증가를 방지한다.’라는 명목으로 인류는 세포단계, 유전자 단계에서부터 성별을 적출 당하며, 그덕인지 지구상의 인구는 100억명에서 만명 단위로 약간씩 오르내릴뿐 매년 큰 변화는 없다. 예전에 부모님의 서재에서 본 책에서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다리 사이에 생식가관이라는 것이 있었다지만, 지금 나에게는 그저 자그만한 구멍 하나와 -소변 배출을 위한- 항문이 위치해 있을 뿐이다. 이전의, 그니까 부모님 세대는 유전자 단계에서 적출을 하지 못하여, 병원에서 물리적 적출을 하였다고 한다. 당연하게도, 일부는 이러한 정책을 반대하며 숨어들거나 소요사태를 일으켰다고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공기중으로 확산시킨 ’성 억제제’라는 나노봇으로 인해 물리적으로 존재는 하지만, 없는거나 마찬가지인 상태가 되었다고 한다. 이때쯤 부모님은 물리적 성별도 적출하기 위해 방문한 병원에서 나의 존재를 알게되었고, 나는 선택권도 없이 유전자 단계에서 성별을 적출 당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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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의 삶은 나름대로 평범하게 지낸거 같다. 아버지는 늘상 이런 삶은 사는게 사는게 아니라고 말하였지만, 나로써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분명 학교를 다니기는 하였지만, 기초학교에서는 수학이나 과학, 글자 같은것을 배웠고, 중등학교나, 고등학교에서도 비슷하게 배웠지만 크게 무언가 의미가 있다거나 삶의 도움이 되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나는 지금 스크럽 -고철이나 고물-을 주우며 살고있고, 대부분의 직종이 AI 로봇으로 대체된 지금은 직종이란것을 가지고 있다는것이 놀라울 일이니까 말이다. 대부분의 식량이나 생필품은 윗층에서 던져주기에 그다지 일이라고 할 필요가 없지만, 가만히 있으면 죽은거나 다름없다는 부모님의 성화에, 그리고 가끔씩 쓸만한 스크럽을 주워 윗층과 연결된 재생산구획에 가면 윗층에서만 구할수 있는 간식거리나 물품들을 주고는 하기에 스크럽을 꽤나 열심히 모으고는 한다. 물론 부모님은 내가 윗층의 물건이나 간식들을 가져오는것을 마음에 들어 하지는 않지만, 여기 물건보다 맛있고 편리하기에 그런 반대에도 나는 묵묵히 가져간다. 재생산구획 옆에는 수십수백개의 캡술이 줄줄이 달린 거대한 건물이 있는데, 여기는 일종의 데이터구획으로 사람의 뇌를 이용하여 데이터를 저장한다고 한다. -인간의 뇌가 생각보다 효율이 좋다고 한다.- 듣기로는 옛날의 한 영화로부터 영감을 받아 이러한 시스템을 개발을 하였다고한다. 이곳에서 스스로 저장소로써의 삶을 선택한 이들은 가상세계에서 원하는건 무엇이든 할수있고, 본인이 워한다면 언제든지 저장소로써의 삶을 그만둘수는 있다고는 한다. -아직 한번도 나오는 사람을 보지는 못 하였다.- 데이터구획 외벽에는 늘상 저장소로써의 삶이 얼마나 윤택한지의 대한 광고가 매시간, 매분, 매초 ‘질 좋은 영양소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가상세계에서의 삶‘을 홍보를 한다. 아랫층 부모님 세대의 대부분이 저러한 삶을 사는것을 택했다고들 하던데, 주변에 나의 부모님을 제외하곤 그 나이대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은것으로 보아 맞는말인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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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스크럽을 교환하는 날이다. 지난 일주일간 모은 스크럽을 아버지가 이전에 쓰던 트럭에 -스크럽과 별반 달라보이지는 않지만- 싣고는 재생산구획으로 향하였다. 지나가는 거리마다 묘한 비린내가 나지만 -아마 사람들의 오물 냄새- 거리에 사람들은 신경조차 쓰지 않고 위층에서 던져준 단백질 블록이나, 과일 모양의 비타민 덩어리를 우걱우걱 씹어 먹고있다. 과일 이라는것은 한번도 본적은 없지만 부모님이 항상 저런거는 진짜 과일이 아니라고 매번 소리쳐서 알게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재생산구획에서 일정량 이상의 스크럽을 모아오면 실제 과일을 준다기에 지난 일주일간 온갖 구획에 있는 스크럽이란 스크럽은 다 모아 가져가는 중이다. 역시나 오늘도 그다지 모아온 사람은 없는건지 -다들 가상세계나 비타민 덩어리로 만족한다- 재생산구획에 사람은 별달리 없었다. 재생산구획의 관리자는 신체의 대부분을 기계로 대체한 -딱히 필요성은 없지만 편하다거나 외형때문에 선호하는 이들이 있다.- 융통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꽉 막힌 그런 사람 이다. 오늘도 트럭을 이끌고 들어가자 관리자는 기계다리를 질질 끌며 다가왔다. 스크럽 대부분을 녹여서 다시 씀에도 뭘 그리 트집 잡을것이 많은지, 스크럽 더미 여기저기를 들쑤시며 툴툴 되다가, 어느샌가 스크럽 더미를 압착 장치에 옮기고는 압착을 하였다. 관리자는 조수석 쪽으로 작은 상자를 하나 툭 던지고는 차 앞바퀴에 침을 툭 뱉었다. 나는 상자를 뜯어보지도 않고는 차를 돌려 집으로 향하였다. 집은 여기서 2-30분거리, 아랫층 외각에 위치한 작은 집이다. 다른 낡은 집들보다는 아버지가 멀쩡하던 시절 꽤나 열심히 관리를 하였기에 더 깔끔해 보이기는 하였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죽고 나서는 하루종일 서재에 틀어박혀 책을 읽는것이 일상이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치매를 얻고 나서도 -치매인지도 모르겠지만- 서재에서 책을 보는 풍경이 일상 이었다. 나는 자연히도 아버지를 찾아 서재 문을 열었다. 아버지는 서재에서 목을 메었다. 천장에 잘 묶인 벨트, 기다랗게 나온 혀, 창백하게 변한 피부, 썩 유쾌한 모습은 아니었다. 아버지는 목을 메기전에 구급드론을 호출을 하였는지 먼 발치에서 위옹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병원에서는 스스로 삶을 끝냈기에 소생이 불가능 하다는 통보, -소생이라고는 하지만 아랫층 사람들은 숨만 붙여 놓는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그리고 아버지의 마지막 음성이 담긴 작은 녹음기기를 주었다. 아버지는 자신이 스스로 죽일 것 이라는것, 치매로 인한 충동적 선택이 아니라는것, 그리고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 집으로 돌아와 청소후 먹은 작고 붉은 이름 모를 과일은 약간 딱딱하고, 은은한 단맛이 감돌았다. 아버지는 이 과일의 이름을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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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유해를 완벽하게 소각을 시켰다. 언제 그런 유언을 남겼는지는 잘은 모르지만, 덕분에 이런저런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 고생을 덜었다. 나는 다른 사소한 몇가지 절차 -뼛가루를 보관 할것인지, 병원에 처리를 일임 할것인지-만 정하고 집으로 돌가오면 되었다. 나는 당연하게도 병원에 처리를 맡기고는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애초에 어제 병원에 아버지의 시체와 함께 왔을때 이런 처리까지 전부 해 주었으면 좋았을 걸 왜 꼭 두번 발걸음을 하게 만드는지는 모를 일이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전날 못다한 정리를 다시 시작하였다. 케케묵은 앨범, 오래된 옷들, 박물관으로 가야할거 같은 수백권의 책들까지 차곡차곡 트럭으로 옮겼다. 나는 주거구획 구석진 곳에서 옛물건을 모으는 특이한 성향을 가진 사람을 만나러 트럭을 운전 하였다. 트럭도 이제는 슬슬 망가질려고 하는것인지 기괴한 소리를 빽빽 질르며 도로를 달렸다. 그 사람의 집은 온갖 고물로 점칠된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혼란해 보이는 집 이었다. 괴상한 집에서 여전히 안경을 고집하는, 아랫층에도 조악하지만 시력 교정술이-부작용으로 거진 2달 정도는 앞을 제대로 못 보지만.- 받을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지 꽤나 지났음에도 여전히 안경이라는 특이한 물건을 고집하는, 집 외부에도 내부에도 스크럽으로 취급하기도 민망한 온갖 고물들을 잔뜩 쌓아놓고 사는 사람 이었다. 내가 트럭에서 내리자, 내가 오는것을 보았는지 문을 열고는 커다란 안경을 들어올리며 의외라는 표정으로 나를 맞이 하였다. 그 사람은 나와 트럭을 번갈아 보며 상당히 많은 질문-별 영양가도 없는-을 던졌지만, 그다지 어울리고 싶지는 않아 단답으로, 그저 아버지가, 이제는 필요가 없기에, 당신이 흥미가 있다면, 트럭을 포함한 이 일체를 전부 가지라는 말만을 남기고는 뒤돌아섰다. 그 사람은 내가 한말을 제대로 이해는 한 것인지, 아니면 마지막, 전부 가지라는 말만을 이해한 것인지는 몰라도 웃으며 뒤돌아 걸어가는 나를 향해 웃으며 연신 감사함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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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시간이 흐른건지 밖을 보아도 알수가 없다. 물론 시간을 안다고 하여도 딱히 크게 의미가 있는것은 아니지만, 부모님의 영향으로 시간을 보는것이 버릇이 되어버렸다. 이럴줄 알았으면 그때 시계 하나 정도는 남겨둘걸 하는 약간의 후회가 남았지만, 딱히 시계를 산다거나-구할수 있는지도 모르지만- 다시 찾아온다거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시간이 몇시든 아랫층은 항상 밝았고, 부모님의 말로는 시계라는것도 언제 부터인지 차츰 모습을 감추었다고 한다. 하늘에는 항시 등이 켜져 있는지-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른다.- 낮에는 주광색과 백광이 공존하였고, 저녁과 밤에는 짙푸른 빛이 세상을 덮었다. 자연광이 존재하지 않는 아랫층에는 이마저도 윗층의 관대한 복지라고들 하는데, 부모님은 항상 퍽이나 관대한 복지라고 비꼬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나와 주변의 이들은 자연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기에 나로써는 그런 부모님의 말이 신기할 따름 이었다.-아마 부모님이 아니었으면 자연광이라는 단어도 몰랐을 것이다.- 창밖을 슬쩍 보니 푸른색, 눈이 아플정도로 쨍한 푸른색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아마 옛말로 밤일것이다. 부모님은 항상 이시간에는 수면이라는 것을 취해야 한다고 말하였지만, 과학의 힘으로-윗층의 은혜로- 특별히 수면이 필요하지는 않았기에, 나는 항상 푸른 빛을 맞으며 멍하게 바깥을 구경하고는 하였다. 가끔은 가상세계 장치를 이용해서 가상세계의 삶을 지내다 오기도 해보았으나 그다지 즐기지는 않았던거 같다. 부모님이 싫어하시기도 하였고, 무엇보다 기억이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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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웅 거리며 가상세계 장치가 가동을 시작하였다. 가상세계에 들어가자마자 보인것은 수많은 광고창, 시야를 완전히 가릴만큼 끝도없이 켜진 수많은 광고창이 나를 먼저 반겨 주었다. 광고에는 하나같이 자신들의 데이터 센터의 저장장치로써의 삶을 선택하라는, 저장장치로써의 삶을 선택한다면 가상세계의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는 멘트가 광고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적혀 있었다. 생존에 필요한 모든 영양소는 무료로 제공, 원한다면 얼마든지 그만둘수도 있다는 의례적인 멘트까지 잊지 않고 넣은 정성에 없어진 감정에 다시금 감동이라는 글자가 새겨질뻔 하였다. 나는 광고창을 하나하나 꺼버리고-광고창을 한번에 끄지도 못 한다.- 하얀색 빈공간의 가상세계를 보았다. 나는 이것저것 불러내어 이런저런 활동을 하였다. 아니 아마 그랬을 것이다. 항상 그렇듯이 가상세계 장치를 머리에서 벗으면, 처음 보았던 광고를 제외 하고는 모두 잊어버린다. 시간 제한도 5시간 가량으로,-물론 가상세계의 시간과 현실 시간은 다르게 흐르지만- 제한시간이 끝나면, 그저 기계가 꺼진다라고 한다. 단편적인 몇가지, 인상적이거나 흥미로운 기억은 조금씩 남는편인데 어쩌면 그래서 사람들이 스스로 저장장치가 되는 삶을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도 만약 저장장치가 된다면 지금 기억에 남는, 어떤 생물인지도 모를, 점박이의 작은 생물체와 다시한번 놀수 있지 않을까하는, 그런 생각이 문득 드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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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의미없는 며칠의 시간이 더 지나갔다. 차라리 의식이라도 없었으면 이런 의미가 없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지나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부모님이 계셨다면, 아니 적어도 아버지라도 계셨다면, 시덥지 않은, 몇가지 남지도 않은 기억의 편린들을 들으며 시간을 보낼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옛사람들은 이래서 억지로라도 잠에 들었던 것인지, 모를일이다. 나는 일주일만에 다시 스크럽을 모아 재생산구획으로 향하였다. 솔직히 얼마만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앞뒤가 꽉 막힌 그 사람은 변함없이 인상을 잔뜩 구기면 나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오늘은 내가 모아온 스크럽을 평소처럼 뒤적거리지도 않고는 바로 압착기로 던져 넣었다. 조수석 쪽으로 작은 상자를 던지고는 나에게 문득 말을 걸어왔다. 요지는 자신이 담당하고 있던 이 구획이 저장장치구획이 확대됨에 따라 빠른 시일내로 다른곳으로 -이곳에서는 1시간, 집에서는 1시간 30분 거리-옮긴다는 설명 이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 사람은 ‘이래서 감정을 절제한 인간들이란‘ 말과 함께 앞바퀴에 침을 툭 뱉고는 뒤돌아 섰다. 그 사람은 뒤돌아 가면서도 연신 ’이래서 감정을 글로 배운것들은 안 된다.‘며 투덜되며 건물로 들어갔다. 나는 차를 돌려 집으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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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푸른 빛 밤하늘을 봐라보았다. 진짜 하늘은 어떤 모습인지 예전에 부모님이, 어머니가 설명을 해준것도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아마 하얀 바탕에 검은 점들이 수많이 찍혀있는, 고요한, 그리고 꽤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고 말했었던것 같다. 띠링띠링 거리며 휴대용 통신장치가 울렸다. 아마 매일같이 오는 수많은 광고 중에 하나일 터였다. 예상같이 흔하디 흔한 광고, 고급 영양소를 제공하는 저장장치로써의 윤택한 삶을 즐기라는 광고였다. 평소 였으면 광고를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않고 넘겼을 테지만, 왜인지 문득 나는 광고 하단에 있는 통신번호로 통신을 연결 하였다. 어느시간에나 받는 AI 직원이 나를 반겼다. 나는 의례적인 몇가지 질문-언제든지 그만둘수 있는지, 생존은 보장이 되는지, 가상세계의 모든것을 정말로 다 사용이 가능한지-들을 던졌고, AI 직원은 형식적인 답변을 되돌려 주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내가 왜 이 질문을 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만두는지 질문하였다. AI 직원은 잠시 생각을 하는것인지, 잠시간의 침묵이 흐르다 이내 그 누구도 되돌아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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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흔적들을 지우기 시작하였다. 흔적을 지우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저 폐기물 정리 로봇을 부르고, 모든 물품들을 처리해 달라고 하면 그만인 일 이었다. 2시간도 채 되지않아, 폐기물 로봇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요청한 모든 물건들을 전부 싣고는 가벼렸다. 나는 유일하게 남겨둔 겉옷을 입고, 재생산구획으로 향하였다. 여태까지는 차를 타고 가서였는지 유난히 이번에는 거리가 더욱이 멀게 느껴졌다. 괴팍한 그 사람은 나에게 다가와 차도없이, 스크럽도 없이 왜 왔냐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나도 내가 왜 재생산구획으로 향하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버릇일터. 나는 내가 사라지면 의미가 없어질 집의 열쇠를 그 사람에게 건내었다. 그 사람은 나에게 당황하는 눈빛으로 이것을 왜 주냐고 묻는 눈치였지만 나는 그런 그를 내버려두고는 바로 옆에 위치한 저장장치구획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뒤에서 그 사람이 연신 나에게 무어라 소리치는거 같았지만, 나는 무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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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장치구획으로 들어가자 이미 내가 올것을 예상이라도 한 것인지, AI 직원이 나를 이끌고는 이런저런 통상적인 설명-모든것이 안전하다, 가상세계의 모든것을 이용 가능하다.-을 하고는 넓다란 화면이 달린 장치를 내밀었다. 마지막으로 저장장치로 나의 뇌를 이용한다는 최종 동의서, 무언가 글자가 뺴곡하게 적혀 있었지만, 나는 그다지 집중해서 읽을 생각일랑 하지않고 슥 보고는 동의함을 표하였다. AI 직원은 빙긋 웃고는 나를 이끌고는 승강기로, 윗층으로 향하였다. 승강기 양옆으로 줄줄이 있는 캡슐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눕혀져,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의 삶을 연명하고 있었다. AI 직원은 어느 한 구석의 나보다는 조금 더 큰거같은 캡술로 나를 눕혔다. 몸 이곳저곳에 여러 장치를 부착하고는 캡슐 뚜껑을 닫으며 나에게 ‘행복한 삶 되십시오.’라는 말을 남겼다. 몸 여기저기 부착된 장치들은 내가 만약 의식이 있다면 필히 불편해서 스스로 뜯어내었을 정도로 거추장스럽기 그지 없었다. 라는 이제와서는 별 의미도 없을 생각을 하고있자 발밑에서부터 천천히 보라색 빛깔의 끈적한 액체가 꿀렁꿀렁하며 차오르기 시작하였다. AI 직원이 분명 괜찮다고는 하였지만, 그럼에도 숨막히는 기분은 싫어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두눈을 질끈 감았다.
눈을 감기전 마지막으로 본 하늘은 유난히 푸르고 짙은 파란색 하늘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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