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런 평화로운 풍경과는 대비되는 을씨녀스러운 소문이 그 골목에는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그 골목은 ‘돌아오지 못 하는 길’로 불렸습니다. ‘사람이 그곳에 들어서면, 그 누구도 나오지 않는다.’ ‘사람을 매혹하여 산채로 잡아먹는 괴물이 산다.’ ‘저 골목에는 지옥 끝으로 떨어지는 낭떨어지가 있다.‘ 같은 무서운 소문들이 돌았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의 소문이 돌았는데 ’간절히 바라는 어느곳으로 보내준다.’라는 소문 이었습니다. -골목이 있는 마을의 주민들은 아무도 믿지는 않았습니다.-
어느 화창한 봄날 이었습니다. 꽃들은 고개를 내밀어 인사를 건내고, 새들은 여기저기 쏘다니며 봄이 온것을 소문내고 다녔습니다. 마을 사람들도 새로운 한해를 반기며 포근한 햇살을 즐겼습니다. 그런 마을에 마을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마치 얼굴에 어두운 먹구름이 끼인듯한 인상의 사내가 들어섰습니다. 사내는 며칠간 물도 마시지 않은것인지 입술이 마른 강바닥 같이 갈라져 있었고, 몸뚱이는 비쩍 말라 있었으며, 눈두덩이는 푹 패여 잠을 잔것인지 모를정도로 패이고, 옷은 전쟁터에도 갔다가 온것인지 넝마와 같은 차림새 였습니다. 마친 근처를 지나고 있던 노부부가 그를 보며 깜작 놀라며 물었습니다.
“자네, 여행중에 야생동물에게 습격이라도 당했나?”
사내는 질문에 고개만 살래살래 저었습니다. 매우 지쳐 보였기에 노부부는 더 이상의 질문 없이 사내를 자신들의 집으로 초대 하였습니다. 적어도 다친몸의 치료와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말이죠. 사내는 순순히 노부부의 뒤를 따라 갔습니다. 노부부의 집은 작고 아담했으며 작은 정원이 딸린, 친절한 노부부와 어울리는 아늑한 분위기의 집 이었습니다. 노부부는 사내의 몸 군데군데 난 상처를 치료를 해 주고 따뜻한 식사를 대접 하였습니다. 노부부는 사내에게 물었습니다.
“그래, 자네는 어떤 인연으로 여기까지 왔는가?”
“저는 제 찰나를 놓쳤기에 이곳에 왔습니다.”
사내의 대답을 이해하지 못한듯 노인은 여전히 궁금증이 가득 남았다는 표정이었습니다. 노인이 다시금 질문을 하려던 찰나 노부인은 그런 노인의 말을 막으며 말을 꺼냈습니다.
“놓친 인연을 찾아 여기까지 여행 하시나 보네요. 많이 고단해 보이는데 하룻밤 묵고 가세요.”
노부인의 친절에 사내는 약간의 미소를 짓는듯 하였습니다. 그렇게 마을의 밤은 깊어져만 갔습니다. 이른 아침, 사내는 노부부의 아침식사 권유를 거절 하고 , 감사 인사를 드리고는 급히 발걸음을 어디론가 옮겼습니다. 사내가 뛰듯이 걷고 걸어 도착한 곳은 한 골목길 -골목으로 향하는 사내의 모습을 본 마을 주민들이 말렸지만, 듣지 않는듯 보였습니다.- 골목에서는 이름모를 꽃들이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거부 하는듯 향들을 짙게 내뿜고 있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질려 돌아 갔을 정도 입니다.- 하지만, 사내는 향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듯 골목길에 계속하여 들어갔습니다. 그런 사내가 걱정되는듯 마을 사람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사내를 다시 나오게 하려 소리쳤지만 사내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사내를 맞이했던 노부부도 마을 사람들의 웅성거림에 뛰쳐나와 사내를 만류 하였습니다.
“자네! 거기는 들어가며 안 되네!”
그런 절규에 가까운 외침에도 사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는 계속하여 안쪽으로 골목 안쪽으로 들어갔습니다. 노인은 뛰쳐나가 사내를 붙잡고는 애원하듯 말하였습니다.
“자네, 자네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난 모르네. 하지만, 살아야하지 않겠나. 여기는 들어가면 못 나오는 곳이네!”
노인은 있는 힘껏 사내를 끌어 당기며 골목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였습니다. 사내는 그런 노인을 돌아 보았습니다. 사내의 눈에는 슬픔도, 그 무엇도 아닌 광기에 가까운 환희만이 자리잡은 듯한 눈빛에 노인의 두팔은 힘없이 사내를 놓을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이내 사내는 입을 열었습니다.
“그 어떤 천국도, 결국엔 저에게는 그저 찬란한 지옥 이더군요.”
그 말을 끝으로 사내는 골목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 어느 한 이름 모를 꽃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사내는 그런 이름 모를 꽃 앞에서 무너지듯 쓰러져 모든 이들의 눈 앞에서 사라졌습니다. 사내가 사라진 골목길에는 이름 모를 꽃의 향만이 남아 사내의 빈자리를 채웠고, 그 어느곳에서도 그 사내는 더이상 볼수가 없었습니다. 마을 사람들도 이후로도 골목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그저 입에서 입으로, 노인이 손주에게, 손주가 늙어 다시 자신의 손주에게 마을에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골목으로 지금도 전설로 전해지고 있을 뿐입니다. 여전히 그 골목은 슬프고도 무서운 소문만을 남긴채, 은은한 이름 모를 꽃의 향만을 간직한채 그곳에 있습니다.






